작은 거인 홍남순 변호사. 홍남순 변호사는 1963년 변호사 개업 시부터 2001년 뇌출혈로 쓰러질 때까지 양심수 변론 등 인권활동과 민주화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을 한 광주의 어른이자 우리 시대의 의인이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하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 7개월간 복역 뒤 다음해 12월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는 피해보상을 신청하라는 주위의 권유에 “죽은 사람들에게 부끄럽다. 내가 한 것이 뭐가 있느냐”며 신청을 거부해 작고하기 1년 전인 2005년에야 5·18 피해자로 인정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홍남순 변호사의 흉상이 지난 7월 광주지방변호사회관 로비에서 제막되었다.

필자는 파안대소하고 있는 홍남순 변호사의 흉상을 보면 큰바위얼굴이 생각난다. 큰바위얼굴은 원래 호손의 단편소설 제목인데, 큰바위얼굴을 닮아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취지에서 우리나라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오랫동안 실리기도 했다. 재산, 권력, 명예 등을 추구하는 것보다 자기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지혜와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더 훌륭하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호손의 큰바위얼굴은 미국 뉴햄프셔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 얼굴을 닮은 바위를 소재로 한 것인데, 그 바위는 모든 거리와 방향에서 얼굴 형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 그저 거대한 바위들이 서로 겹쳐져 얹어 있는데, 멀리 떨어져 볼 때라야 모자이크 화법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늙은 남자의 투박한 모습으로 보인다. 바위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노인 형상의 윤곽이 뚜렷해지며 또한 바위가 좌우대칭이 아니어서 한쪽만 사람 형상으로 보인다.

이러한 큰바위얼굴을 보는 방법은 사람을 평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시사해 준다. 사람도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리서 보거나 또는 일면만 보아서는 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최근 언론에 따르면, 공주고 총동창회가 JP의 흉상 제막식을 학교에서 했지만, 제막식 뒤 흉상은 교직원과 학생 등의 반대로 학교 밖으로 쫓겨났다고 한다. 흉상제막식을 한 쪽은 JP가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점 등을, 흉상을 쫓아낸 쪽은 JP가 5·16군사정변과 1965년 한일협정의 주역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어느 쪽에서 본 것이 JP의 진실한 모습이고 제대로 된 평가일까?

각설하고, 홍남순 변호사는 JP처럼 공과 과가 존재하는 사람들과 다르다. 심지어 큰바위얼굴조차도 주민들과 암반 전문가가 약 30년에 걸쳐 보수작업을 벌여왔지만, 결국 심한 폭풍우가 내리치던 2003년 5월 3일 바위가 무너져 그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의 가치가 존속하는 한 홍남순 변호사의 의로운 삶과 한국 민주화의 역사를 관통하는 그의 흔적은 아무리 심한 폭풍우가 내리치더라고 우리 가슴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대규 변호사·광주회(법률사무소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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