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필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분쟁조정위원회(분쟁위) 위원으로 위촉 받아 지금까지 약 1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로스쿨에서 법조윤리를 가르치고 있기에 법조윤리 관련 실제 사례를 접할 수 있는 분쟁위 위원직을 제의 받고 두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분쟁위 활동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아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분쟁위 사건은 크게 변호사 간 분쟁과 변호사와 의뢰인 간 분쟁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변호사 간 분쟁은 임금체불 사건이 대부분이었다. 구성원 변호사들 사정이 어려운 것은 이해하나, 젊은 변호사들이 얼마 안 되는 임금을 받지 못해 분쟁위에 오는 것을 보면 법조선배로서 미안함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분쟁은 악성의뢰인으로 인한 것과 변호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분쟁으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변호사가 악성의뢰인 때문에 고생하는 사례를 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지만 대부분의 사건은 변호사의 잘못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 중에서 노(老) 변호사 A의 케이스는 정말 당황스러웠다.

A 변호사는 긴급체포된 의뢰인의 형사사건을 금요일에 경찰단계에서 사건을 수임하면서 피의자에게 주말에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 A 변호사의 말과 달리 일요일에 영장실질심사 심문이 열렸고, 피의자 가족은 급히 A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몇 시간이 흐른 뒤 A 변호사로부터 피의자 가족에게 문자가 하나 왔는데 그 내용이 “골프. 미안합니다”였다.

결국 A 변호사는 골프를 치느라 영장실질심사 심문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의뢰인은 구속됐다. 의뢰인의 가족은 A 변호사의 행동에 분노해 위임 계약을 해지했으나, A 변호사는 수임료도 돌려주지 않았다.

A 변호사가 분쟁위에 출석하여 한 변명은 필자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의뢰인의 피의사실로 보건대 자신이 심문기일에 출석하나 안하나 구속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 변호사가 이러한 주장을 너무 당당하게 해서 부끄럽게도 필자는 잠깐 설득당할 뻔 했다.

변호사가 의뢰인이 맡긴 사건의 처리를 위해 재판에 출석하고 제 때에 서면을 제출하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이자 도리이다. 분쟁위에서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의무와 도리를 저버린 사건을 보면 참 마음이 무겁다.

분쟁위를 마치면 점심인데도 불구하고 가끔 소맥을 한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날은 절실하게 생각이 났다. 앞으로도 여러 사건들을 분쟁위에서 접하겠지만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의무와 도리를 저버린 사건은 정말 안 보았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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