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미국 로스쿨 3학년이었던 때, 졸업생 선배가 강사로 나온 강연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JD/MBA(4년 내에 JD-법학전문대학원-와 MBA-경영전문대학원-를 동시에 수료하고 학위를 받는 과정)를 졸업하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분이었다.

선배는 자신을 소개 할 때 ‘A businessman who happens to be a lawyer(우연히 변호사가 된 경영자)’라고 소개했다.

로스쿨에 입학했을 때부터 전통적 변호사가 아닌 경영자로서의 삶을 꿈꾸면서 입학했고, 그 뒤로도 계속 경영자로서의 커리어를 쌓아온 분이었다. 그 분은 로스쿨 졸업반들에게 단지 변호사로서 사는 것에만 목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에도 항상 눈과 마음을 열어놓기를 부탁했지만, 나는 “변호사가 변호사로서 일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과거 법무팀의 모습과 현재 회사에서 요구하는 법무팀의 모습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법무팀이라 하면 ‘소송’을 처리하고 ‘계약서 검토’하는 부서로서 역할한다고 봤다면, 요즘 트렌드는 법무팀을 ‘법률 리스크(Legal Risk)’를 관리하는 부서로 인식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이사회나 임원 회의에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는, 회사 공동체의 일원이기를 요구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고, 실제로 필자도 그러한 경향에 참여하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전통적 변호사의 일보다는 비변호사적인 업무가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나는 변호사인데 변호사로서 기본기를 잊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꽤 많은 변호사들이 엔터테인먼트 회사, 혹은 이국의 골프장 등에서 최고경영자로서의 삶을 살고있는 현재 시점에서, 사내변호사는 ‘A businessman who happens to be a lawyer(우연히 변호사가 된 경영자)’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A lawyer who happens to be a businessman(우연히 경영자가 된 변호사)’가 되어야 하는가?

 

/정웅섭 변호사·서울회(카디프생명보험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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