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반대 목소리로 뜨겁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가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공분을 사고 있다.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심신미약을 인정받으면 자신이 저지른 죄질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정으로 인해 과거 ‘조두순 사건’과 ‘강남역 살인사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 피의자들이 ‘우선 감형 받고 보자’식으로 우발적 범죄 혹은 심신미약 상태임을 주장해왔고, 실제 감형된 경우도 있다.

지난 2013년 직장 동료 여성의 질과 항문에 손을 삽입해 사망에 이르게 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은 ‘가해자가 술에 취해 심신미약의 상태에서 과도한 성행위 도중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이 인정 된다’며 1년 감형된 징역 4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또 지난 5월 여자친구 복부를 때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에게도, 오래 전부터 조현병 등 치료를 받아왔고 사건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범죄치고 징역 4년은 너무나 가볍다.

사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 원칙이 적용된다. 태어날 때부터 가진 정신질병으로 사물 판단능력이 약한 사람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일률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재판구조에서 심신미약에 대한 판단을 판사가 전권으로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의사가 정신질환을 감정하더라도 판사는 참고사항으로만 할 뿐, 자신의 기준으로 다시 규범적 판단을 하니 상호모순적인 판례가 나온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법정신의학의 판단이 법관을 귀속한다. 심신미약에 대한 법의학적 판단 가이드라인이 주어지기 때문에 판사가 임의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

국민들은 살인에 대해 낮은 형량을 선고한 앞선 판례들을 보며 “이번에도 감형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분노를 미리 끄집어내고 있다. 이번 국민청원을 계기로 사법부는 물론 입법부가 법 정비 의사를 내비쳤다. 이미 관련부처에선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됐다. 여기서 우리는 국민정서와 함께 심신미약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한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성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법조항 문구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워야 한다. 심신미약에 대한 법의학적 진단의 객관성, 진단 결과의 법적 귀속력 등이 올바르게 자리 잡혀야 할 것이다.

 

 

/노경석 물산업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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