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수련관 수영장에서 8살 아이가 물에 빠졌다. 수영강사는 이를 보자마자 아이를 구하고 응급조치를 했다. 아이는 곧 병원으로 호송됐다. 하지만 아이는 병원에서 사망했다. 원인은 익사였다. 그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 남동생이 있다. 남동생은 형과 같이 놀던 장난감을 볼 때면 형을 찾는다고 한다. 아빠에게 형이 왜 집에 안 오냐고 묻는다고 한다.

약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아이 아빠가 구청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10개월이 지나도록 사과와 배상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청장은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진상 파악과 함께 신속한 사과와 배상을 지시했다. 또한 수영강사에게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구청 공무원들과 함께 청소년수련관 관계자들을 만났다. 왜 진척이 없었냐고 묻자, 소송 중이기 때문이란 답변이 나왔다. 유족들이 배상을 청구해 청소년수련관 측 책임보험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려 했으나, 금액 합의가 되지 않아 소가 제기됐고, 보험회사가 선임한 변호사가 청소년수련관 측 대리인도 되어 소송이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나는 구청 공무원들과 청소년수련관 담당자들과 함께 보험회사 측 변호사를 방문했다. 왜 배상이 지연되고 있는지 물었다. 그 변호사는 수영강사들을 피고인으로 하는 형사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기소된 수영강사들의 과실 유무가 다투어지고 있으므로, 만약 과실이 없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민사소송에서 이를 근거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보험회사는 지급 가능한 보험금을 지급하고, 이를 넘는 배상금은 구청 예산에서 지급해 민사소송을 화해로 끝내자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이에 대해 그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화해를 하면, 형사소송에서 자백으로 연결되어 유죄로 될 수 있으므로 화해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나는 오히려 민사소송에서 화해를 하고 처벌불원의사가 담긴 합의문을 형사소송에 제출해 양형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수영강사들에게 유리하다고 반박했다. 지급 가능한 보험금을 답변하라고 통보했으나 소송 중에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구청장에게 유족들이 주장한 배상금 전액을 구청 예산으로 우선 지급하자고 했다. 구청장은 이를 허락했고, 구 의회도 동의했다. 구청장과 수영강사들은 유족을 만나 진심을 다해 사과했다. 구청 예산으로 유족에게 배상한 후 민사소송을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시켰다. 유족의 처벌불원의사를 형사소송에 제출했고 벌금형, 금고형의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 한 아이가 익사로 사망한 사건이었다. 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수영강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양형을 낮추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변호사는 보험회사를 위해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었다. 한편 사과와 배상을 신속히 진행해 유족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다. 공공기관 변호사로서 선택한 나의 일이었다.

민·형사사건이 종결된 후, 일정금액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유족에게 지급된 금액의 100%는 아니었지만, 보험회사로서도 가능한 최대로 지급한 것 같았다. 몇달 뒤 우연히 지하철에서 그 아이의 엄마와 동생을 보았다. 동생은 웃으며 신나게 뛰어 갔고, 엄마는 다칠까봐 걱정하는 표정으로 아이의 뒤를 쫒아가고 있었다.

 

 

/황성연 변호사(전 인천서구청 법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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