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혼은 먼저 가정법원의 조정을 거쳐야 한다(가사소송법 제50조). 그러나 대개 이혼소장을 제출한다. 조정불성립 시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고 당사자는 소송 밖에서 깊은 갈등과 불신으로 접점을 찾지 못해 법원 문을 두드리게 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의도를 가늠하기 위하여, 재산합의사항에 대한 집행권원 확보 차원에서, 재산분할청구에 대한 인지액이 기존 2만원에서 2013년 7월 1일부터 청구금액에 비례해 책정되어 증가한 인지액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등 특별한 경우 처음부터 조정신청서를 제출한다.

이혼재판부는 소장 등 서면으로 파악한 다툼의 정도에 따라 바로 조정에 회부해 조정절차를 진행시키기도 하고 먼저 변론기일을 지정해 곧바로 소송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가사소송법 제57조). 조정에서 이혼만 성립된 경우 조정기일에 이혼된 것이므로 이후 추가적으로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을 청구할 경우 이혼조정기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계산한다.

이혼조정이든 이혼소송이든 원고가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행동을 한 유책배우자로 판단된 경우 법원은 그의 이혼청구를 부정한다(대법원 65므37 판결, 대법원 85므5 판결). 예외적으로 상대 배우자가 표면상으로만 이혼에 반대하는 경우(대법원 86므28 판결), 혼인정상화 시도가 없는 경우(대법원 86므87 판결, 대법원 2003므1890 판결), 혼인공동체 회복가능성이 없는 경우(대법원 2010므1256 판결)에 유책배우자 이혼청구를 인정했다.

2015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13므568 판결). 크게 유책성을 상쇄시킬만큼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있었는지, 세월경과로 쌍방의 책임경중을 감쇄할 정도인지 관점에서 ①유책배우자 책임의 태양·정도, ②상대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 및 유책배우자에 대한 감정, ③당사자의 연령, ④혼인생활의 기간과 혼인 후의 구체적 생활관계, ⑤별거기간, ⑥별거 후에 형성된 생활관계, ⑦파탄 후 사정변경, ⑧이혼이 인정될 경우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사회적·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의 정도, ⑨미성년 자녀의 양육·교육·복지의 상황 등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인용사례] ‘이혼 반대하나 경제적 여유 있는 상대배우자 축출이혼 가능성 없고, 원고가 자녀들의 교육비와 전세자금 등 수억 원을 부담해 25년이 넘는 별거동안 혼인실체 사라진 사례(서울가정법원 2014르2496)’ ‘(13년)별거 중 부부관계 회복 위한 노력이 없었고 원고는 피고와 자녀들 생활비, 양육비, 결혼 비용 등을 지속적으로 총 10억원 정도 지급, 경제적 부양의무 다한 사례(서울고등법원 2015르717 판결)’

[부정사례] ‘피고가 원고의 개인회생절차에 필요한 서류 발급 요청을 거부했지만, 이로써 피고에게 혼인계속의사가 없다 단정할 수 없고, 원고는 유책행위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았고, 별거 중 피고에게 준 돈이 생활비 충당에 부족했으며 정기적으로 지급하지도 않아, 가출 후 경제적·정서적으로 무책임한 원고 행동으로 현재까지 피고와 자녀들이 고통받은 사례(부산가정법원 2018드단2710)’ ‘가정에 소홀한 원고 대신 보험설계사로 힘들게 생활비를 벌어 온 피고의 노력과 고통은 무시한 채, 이혼에 응하지 않는 피고의 잘못만을 탓한 사례(부산가정법원 2017드단206515)’

 

/양연순 가사법 전문변호사(서울회·티에스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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