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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판결문 공개를 허(許)하라!
강영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  korem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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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호] 승인 2018.11.19  09: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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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 변호사시험에 맞춰 일주일 먼저 종강하는 로스쿨 학사일정 때문에 로스쿨은 이미 기말고사 모드에 들어섰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수업시간에 언급된 판례의 사실관계나 법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인터넷에서 대법원 판례를 검색해 보는 경우가 많지만 법률심인 대법원 특성상 사실관계를 충분히 파악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경우에는 최종결론이 어떻게 났는지 궁금함에도 원심 및 환송심 판결문은 인터넷에 공개가 안 된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고는 한다. 이에 더해 형사사건의 경우, 구체적인 양형이 언급돼 있지 않다 보니 형벌론 부분을 이해하고 실제 적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오히려 민간에서 제공하는 판례검색 서비스를 통해 법원 종합법률정보에서 검색이 안 되는 판례를 찾을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교수님이나 변호사분들도 때로는 법원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미공개 판결문 검색을 부탁한다고 하니 꼭 공부하는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난달 대법원이 임의어 검색을 통해 형사 판결서를 검색·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함과 동시에 하나의 홈페이지를 통해 전국의 모든 판결서를 검색·열람할 수 있는 (민·형사)판결서 통합 검색·열람 시스템 도입에 착수했다고 밝혀 필자의 아쉬움도 조금은 줄어들 것 같다.

이번 결정은 일차적으로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사법접근권 확대로 이어져 최근 사법농단 사태로 실추된 법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한 본인이 맞닥뜨린 사건의 결과를 기존 판결을 참고해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법원 대신 조정이나 중재와 같은 대안적 방법을 선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기술을 가지고 공개된 판결문을 분석한다면 수많은 판례에 공통된 요건사실을 추출해서 법률상담 챗봇 개발 등 리걸테크 산업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이번 대법원의 결단을 넘어 더 많은 판결문 공개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공부하면서 흔히 접하는 대법원 판결도 종합법률정보에서 검색할 수 있는 것은 전체 대법원 판결문의 3.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 밖에 1, 2심 판결문이나 96.8%의 대법원 판결문을 보는 것은 법원도서관 컴퓨터를 찾아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 올해 2월 한 인터넷 언론사가 대기업 부회장의 2심 판결문을 공개하자 법원 출입기자단이 자체 중징계를 내리기도 했는데 일반 국민에게 공개되지 않는 주요 사건의 판결문 전문이 법원 출입기자단에 제공되고 이러한 제공이 관례에 의해 이뤄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해외의 경우, 미국은 특정 유형의 범죄를 제외하면 판결문과 관련 서류가 전부 공개되고, 그 밖의 선진국들도 선별해 공개를 할지언정 우리나라보다는 공개의 범위가 훨씬 넓다.

지금까지 우리 법원은 판결문 공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개인정보보호법을 들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판결문을 찍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별사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부실판결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두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변호사 역시 더 많은 판결문을 검색하고 온 의뢰인을 상대해야 하니 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판결을 공개하는데 판결문 공개는 거부하는 것은 헌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법원은 선례적 가치가 있는 중요한 판결문을 선정해서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특히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판례가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판결문 공개 확대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할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종합법률정보보다 민간 판례검색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판례를 더 가독성 높게 볼 수 있는 지금, 극히 일부의 판결문을 그나마도 기계적 방법과 수작업을 병행해서 개인정보 비식별화 과정을 거쳐 공개하는 것이 빅데이터 시대에 언제까지 유효할지 의문이다.

물론 법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선 국회도 법원과 함께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는 판결문 공개를 위한 민사소송법 및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계류 중인데 이와 관련하여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교와 법조계는 판결문 공개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국민의 알권리와 사법접근권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일례로 지난달 개최된 한국법학원 한국법률가대회에서 법률상 법정형 균등성에 대한 실증분석 사례발표가 있었고, 이미 형사정책연구원에서도 형법상 징역형의 정비와 관련해 법경제학적 차원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법정형이 아니라 실제 양형이 포함된 형사 판결문 전체를 텍스트마이닝 기술로 빅데이터 분석을 진행한다면 개별 사건의 요건별로 양형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할 수도 있으며, 현재 양형위원회가 제시하는 양형기준표보다 더 정교한 가이드를 통해 국민의 상식과 법감정에 다가가는 판결을 내리는데 기여할 것이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해야 한다. 하지만 그 판결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온 국민의 몫이다. 특히 전문성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찾아야 하는 법원이 판결문으로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은 사법부의 숙명이기도 하다. 판결문 공개 확대를 통해 개별사안과 관련해서 법원에 대한 공격이 가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러한 판결이 현재 법률과 판례의 태도임을 밝히고 그것이 국민적 법감정과 심하게 차이를 보인다면 국회 입법을 통해 해결함으로서 사법부, 더 나아가 입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찾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이 우리 법조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강영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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