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병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기존에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입영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과 법률전문가들은 이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2014년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8%의 국민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기보다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는 80.5%의 법률가들이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도입해야한다고 응답했다(omychans.tistory.com/2060).

이러한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의 토대를 먼저 마련한 것은 헌법재판소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6월 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 결정을 계기로 법무부, 병무청, 국방부 등 관계 기관을 중심으로 대체복무제 마련을 위한 후속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현행 규정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병역법 제88조 제1항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고, 지난 1일 대법원은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결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용기 있는 판단으로서 충분히 평가받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보다 일찍 대체복무제 도입을 결정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즉, 대체복무제 도입은 시대적 흐름이고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었고, 만약 한반도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와 무분별한 병역 기피의 우려가 있다면 예컨대 현역병보다 복무기간을 많이 늘리는 것으로 과거에도 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기간을 현역병의 1.5배(27개월)나 2배(36개월) 정도로 검토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지금보다 남북 관계가 좋지 못했고 국민정서도 호의적이지 않았던 시기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현역병의 3배(구체적인 기간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이상 등으로 했다면 무분별한 병역거부자의 양산을 막으면서도 이로 인한 형사처벌 대상을 일부라도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장기간의 대체복무제 도입이 평등에 반한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기존의 일률적인 형사처벌 대상 이외에 또 다른 선택지를 주는 것이어서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즉, 이번 판결을 통해서도 구제 받지 못하는 기존의 수많은 양심적 병역거부 전과자들 중 일부라도 구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미련이 남고, 우리가 그와 같은 소수의 약자 보호를 위해 과거에 최선의 노력을 다 했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자문해 본다.

 

 

/강명수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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