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30년 넘게 국내 대형법률사무소에서 일하다가 2016년 가을 대우조선해양으로 거처를 옮겼다. 겨우 2년간의 경험만으로 사내변호사의 일반적인 모습이라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참고 삼아 공유해 본다.

당시 회사는 분식회계 및 그로 인하여 오랫동안 감춰져 왔던 누적 적자의 빅 배스(Big Bath), 현금부족 등으로 인하여 매우 어려운 사정이었다. 조선업을 둘러싼 영업 환경도 10년 가까이 계속된 조선 불황, 유가 급락과 이로 인한 해양 시추 분야의 인도지연 및 영업부진, 충분한 경험을 쌓지 못한 상태에서 수주한 해양 부문 작업 공정의 어려움 내지 건조능력을 초과하는 무리한 수주, 불리한 계약조건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상당기간 경영의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변호사로 들어간 것은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한번 현장에 들어가서 일해 보는 것이 위기 극복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매우 보람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대형 로펌에 있으면 아무래도 전문 법률분야의 전문 지식을 집중적으로 쌓게 되는데 조직 관리나 산업에 대한 이해 등 기업 안에 들어가서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유용한 덕목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회사 안에 들어가 보니, 예상했던 대로 외부 변호사로서 수임 업무 수행만으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 법무 분야로 좁혀서 여러건의 대외 협상과 해외 중재는 물론이고 CEO의 분식회계 혐의 등 형사사건, 협력업체들과 관계 단절 과정에서 빚어진 일로 인한 공정거래법 관련 조사, 분식회계로 말미암은 금융 감독 당국의 제재나 민사소송 등 많은 법무 일들이 있었다.

어떤 일들은 조기에 변호사들을 관여시켜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은데 그렇게 처리되지 않는 일들도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여기에는 사내변호사들의 역량에 대한 회사의 신뢰와 함께, 문제 해결의 목표 설정과 수행 방식에 관련한 사내변호사들의 관심과 인식이 중요한 차이를 초래하는 것 같았다.

또 다른 문제는 회사가 위기에 빠지면 사내변호사 역량은 급격히 취약해지기 쉽다는 점이었다. 2016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는 사내변호사의 역량발휘가 가장 필요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회사는 재정이나 기타 사유 등으로 유능한 사내변호사들을 충분한 규모로 고용하기 어렵게 된다는 역설적인 상황이 있었다.

당시 다른 일반 임직원들은 임금 삭감이나 반납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사내변호사들만 그 처우를 동떨어지게 하기 어렵다는 회사 인사부의 고충이 있었다. 다행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경영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상당수 유능한 인원들을 확보할 수는 있었지만 유능한 사내변호사들일수록 이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할 사내변호사를 확보하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의 공통된 과제일 것 같다.

 

 

/박수만 변호사·서울회(대우조선해양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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