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회사 법무팀에서 근무할 당시 이야기입니다. 오후 4시에 법무팀 전원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가 예정돼 있었는데, 오후 6시가 넘도록 법무팀장님이 자리를 비워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팀원들이 하나 둘 퇴근 준비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7시가 다 되어 돌아오신 팀장님은 “자! 회의 시작하시죠?”라는 말씀만 남기고 회의실로 향하셨습니다. 결국 회의는 중간 식사 시간도 없이 진행돼 다음 날 새벽 2시가 넘어서 끝났고, 이후 제가 그 회사를 떠날 때까지 그러한 업무 행태는 계속됐습니다. 가끔 예전 동료들과 연락해보면, 여전히 심야 연장근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까닭에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실무수습 변호사의 근로환경과 관련해서도 여러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실무수습 중인 변호사도 통상적인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최저임금이 지켜져야 합니다. 퇴직금도 발생하며, 소속 변호사를 포함해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가 고용되어있는 경우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가산 임금이 발생하고, 연차유급휴가도 보장돼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론 실무수습 중인 변호사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어쏘 변호사의 경우에도 상기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상기 회사에서 근무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해당 법무팀장님이 변호사였다는 점입니다. 변호사인 법무팀장이 일을 많이 하는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다만 변호사인 법무팀장이 근로기준법을 잘 알면서도 필요에 따라서 법 내용을 무시하고, 대체휴일이나 연장근로수당 등 어떠한 유·무형의 보상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팀원(근로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법조계는 ‘업무가 과다하다’ ‘보상(임금)이 높다’ 등 이유로 일종의 근로기준법 사각지대로 지내왔습니다. 물론 변호사 업무의 성격상, 업무량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하여 당위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려는 최소한의 노력과 인식 제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초롱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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