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의 생명력은 자기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할 수 있는 ‘식별력’에 있다. 자기 업종에 알맞은 상표 확보는 모든 사업의 출발점이다. 국세청에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등록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상표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업종에서 사업이 성공하려면, 등록 이후에도 꾸준히 상표관리 및 홍보활동을 해나가야 한다.

왜냐하면 상표등록은 해당 상품의 출처표시를 알리고,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보증하고, 일반 시민과 소비자들에게 자기 등록상표의 우수함과 뛰어난 ‘식별력’을 각인시키는 본질적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삼성(SAMSUNG)이나 LG와 같은 대기업 상표 브랜드는 엄청난 광고비를 투입하여 상표의 인지도를 세계적으로 높여나감으로써, ‘주지저명성’ 즉, ‘최고의 식별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서 수십년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음식점이 있는데 창업주가 그 ‘상호 상표’를 꾸준히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 주지저명성에 편승하여 전국 각지에 유사 간판을 단 업체들이 자꾸 생겨날 것이다. 또한 그런 모방 점포의 난립을 방치하면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점포로 착각하게 되거나 그 음식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게 되고, 결국 오랜 세월 쌓은 명성이 실추되어 커다란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만일 상표등록 이후에 상표관리 소홀로 사후적으로 ‘식별력’이 상실된 경우에는 후발업체를 비롯한 이해관계인들의 무효소송을 통해 등록무효가 될 수도 있다. 상표권자들이 이 점은 간과하기 쉬우나, 상표제도의 본질이나 특허법원의 판결 경향에 비춰 볼 때 필수적인 법률 지식이므로, 사업 성공을 바라는 상표권자라면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상표권자 입장에서 자기 사업을 지켜나가려면 상표권보호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침해 정도가 중대하고 악의적인 경우에는 부득이 엄정한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 바로 이 점이 지적재산권법 전문변호사로서 침해 업체에 대한 부드러운 계도를 강조하면서도, 간혹 상표권 침해금지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게 되는 배경이자 근본 이유다.

그 대표적인 예는 ‘불닭’ 상표 분쟁을 들 수 있다. ‘불닭’ 상표는 원래 2001년도에 등록된 특정인의 보유 상표였으나,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홍초불닭’ 등 후발 업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전국 각지에 불닭 음식이 유행하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통명칭’화 되어 사후적으로 ‘식별력’을 상실했다.

결국 2008년 5월 특허법원에서 ‘불닭’이라는 호칭은 더 이상 특정한 상표권자가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는 ‘판결’이 선고됐다. 이 ‘불닭’ 상표무효 판결문은 드물게 정성이 담긴 명 판결이었고, 필자에겐 최고의 선물이었으며, 판결 직후 상표권자의 상고포기와 원만한 화해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짙은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원·피고 모두 장기간의 소송에 따른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폐업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당시 변론 과정에서, 필자가 느꼈던 소감은 상표권자라고 해서 평소 상표관리에 소홀하다가 다른 사람들의 노력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해서 무턱대고 소송 제기부터 할 것이 아니라는 교훈이다. 그로부터 10년 지난 요즘 ‘불닭볶음면’이라는 명칭으로 부활해서 글로벌 히트 한류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때의 치열했던 보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상표 브랜드 관리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의뢰인께서는 이점을 반드시 숙고해 보시고, 평소 꾸준한 상표권 관리의 길은 뭘까 숙고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정진섭 지적재산권법 전문변호사(서울회·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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