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간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발표 … 대책 논의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직 여성 절반 이상이 직장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지난 5일 서초동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전문직 여성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 마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연구한 ‘전문직 여성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발표자로 나선 홍지혜 변호사는 “지난 2월 서지현 검사가 폭로한 ‘미투’는 우리 사회에서 상당한 권력과 지위를 가졌다고 평가되는 검사조차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변호사, 의사, 교수, 언론인 등 전문직 여성 1015명 중 509명(50.1%)이 직접적인 성희롱이나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가해 행위자는 상급자 또는 선배가 42.78%, 고위직 임원이 14.18%, 부서장 12.59%, 기관장 2.81% 등으로 피해자와 수직적 관계에 있는 상급자가 72%에 달했다.

임유정 변호사는 “이번 연구가 양성 모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며 “교육을 통한 인식 개선, 피해자 보호 및 사후 조치, 가해자 징벌적 배상 및 무관용 징계, 수사기관 전문성 확보 등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혜령 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팀 팀장은 “전문직은 소속 집단 내에 위계질서와 폐쇄성이 강해, 피해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가해자 중심 문화가 있다”며 “문제 제기에 반발해 아예 여성 동료와 업무를 하지 않으려는 ‘펜스룰’ 적용은 성폭력 근절 대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이 오래 걸려도 교육을 통한 인식 전환이 근원적인 해결책”이라고 덧붙였다.

김현 변협 협회장은 축사에서 “과거에 비해 여성의 사회 참여와 전문직 진출은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평등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성희롱·성폭력을 타파하기 위해선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할 뿐 아니라, 이미 발생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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