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의 음주운전 또는 탈세 기사가 나오면, 일반인들은 ‘공인’을 거론하면서 비판적인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럴 때면 이들이 공인인가, 공인이라면 어느 범위까지 비판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졌다. 그러던 중 연예인이 공인인지 여부, 그 사생활의 보호 범위에 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사를 중심으로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아이돌 출신 남녀 가수들의 열애설이 언론에 나왔고, 소속사는 두 사람의 연애설을 즉각 부인했다. 그런데 그 두 가수는 소속사의 입장을 뒤엎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으로 열애를 인정했다. 그러자 그 소속사는 두 가수와의 신뢰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퇴출 결정을 발표했고, 당연히 그 후 두 가수의 활동은 취소됐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그러자 언론과 SNS에는 그 소속사의 퇴출 결정에 대하여, ‘몇 년을 투자해서 데뷔시키는데, 결혼이나 연애를 하게 되면 팬들이 외면하니까 퇴출은 당연하다’라는 의견과 ‘결혼이나 연애는 사생활을 이유로 한 퇴출 결정은 너무하다’라는 의견으로 나누어졌다.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그 소속사 주가가 급락했고, 결국 그 소속사 대표는 “두 가수의 퇴출은 논의 중일 뿐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라는 취지의 공식 보도 자료를 냈다(그 이후에 포털 등에서 두 가수 퇴출 여부를 확인했지만 알 수 없었다).

공인(公人)의 사전적 의미는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사전적 의미의 공인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런데 퍼블릭 피규어(public figure)를 유명인사 또는 공인이라고 번역하면서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큰 유명인이라고 한다면,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공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일단 유명 연예인을 공인이라 친다면, 이들에게 허용돼야 하는 사생활은 어디까지일까. 아이돌 그룹을 키우고 데뷔시키는 소속사들은 대부분 ‘몇 년간 연애 금지’라는 조항을 계약조항에 넣는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부분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독점하려고 경향이 있는데, 그 연예인이 열애설이나 결혼설에 휩싸이면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위법하지도 않고 비도덕적이지 않은 지극히 사생활에 관한 영역, 예를 들어 결혼이나 연애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한다면 적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연예인도 당연히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의 권리를 가진다, 헌법재판소는 ‘사생활의 자유’란 시민공동체의 일반적인 생활규범 내에서 사생활을 자유롭게 형성해 나가고, 그 설계 및 내용에 대해서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아니할 권리라고 해석한다. 결혼이나 연애는 음주운전이나 탈세처럼 위법하거나 불륜처럼 비도덕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설사 그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까지 간섭하거나 비난하는 건 곤란하지 않을까.

당당하게 자신들의 열애사실을 밝힌 연예인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졌고, 소속 가수의 연애 및 언론과의 인터뷰를 이유로 퇴출을 결정한 소속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그 소속사의 주가가 이 급락한 배경에는 결혼이나 연애 등 사생활의 영역은 보호해줘야 한다는 사회 구성원 다수의 합리적 의견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가능한 한 사생활과 개인의 비밀이 보호되어야 성숙하고 문명화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타인의 사생활을 보호해 주지 않으면 내 사생활을 보호받을 수 없다.

 

 

/김수호 변호사·대구회(법무법인 우리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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