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회자되는 말 중에 중앙지검장을 만나면 꼭 물어보라는 게 있다. 우리나라 변호사 중에 누가 제일 돈을 많이 버는지 알고 있나?”(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

“잘 모르겠다”(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지난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울고검·지검 국정감사에서 ‘사법농단’과 ‘적폐청산’ 수사를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질의가 나왔다. 한마디로 “검찰 단계 사건에서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 결국 우리나라에서 제일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 아니겠느냐”는 질문 아닌 질문이었다.

한때 서초동 일대 돈을 쓸어담는다는 소문이 자자했던 홍만표 전 검사장이 있었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지면서 그의 ‘싹쓸이’ 수임 실태가 드러났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 자리를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최근 흥미로운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연구용역을 통해 받은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조사 결과보고서’에서 법원 및 검찰 공무원 등 법조 직역 종사자 55.1%가 사법절차에 전관예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설문에 응한 법조 직역 종사자의 절반 이상은 ‘검찰 수사단계에서 전관예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58%)고 답변했다. 재판과정에서 전관예우도 문제지만 검찰 단계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 시기, 자진출석 시기 등을 조절 가능하다’는데 판사 43%, 검사 49.1%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구속수사가 돼야 할 것을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받을 수 있다’는데도 판사 43.4%가 ‘가능하다’ 변호사 39.5%가 ‘가능성 매우 높음’이라고 답했다. 물론 검사들 대다수는 ‘가능성 낮다’(36.8%)고 말했다. ‘적용 법조나 죄명을 좀더 가벼운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데 대해서는 판사는 ‘가능하다’(42.6%), 변호사는 ‘가능성 매우 높음’(38.6%), 검사는 ‘가능성 낮음’(40.4%) 순으로 많은 응답이 나왔다.

사법절차를 수행하는 법조 직역 종사자들이 전관예우 문제를 이같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실제 전관예우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떠나 깊은 고민거리를 남긴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로 의뢰인들의 전관 선호 현상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검찰단계에서 전관을 쓰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도 있다. 재판에 넘어가면 어렵다. 검찰 수사는 내부적으로 이뤄지니까 밖에서는 모른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한 수형자의 말이다. 결국 여기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장혜진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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