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년 전,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부모님께서 하신 첫 말씀이 “평생 공부할 자격을 얻은 걸 축하한다”였던 것을 기억한다. 부모님께서야 딸이 막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참이니 ‘자격’이라는 표현을 쓰셨지만, 사실 하고 싶으셨던 말은 “이제 평생 공부해야만 하겠구나”였던 것 같다.

최근 한국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한 드라마 원작 ‘슈츠(Suits)’에서 특출난 변호사 역할인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트 분)는 “모름지기 변호사라면 가슴은 뜨겁고,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는 대사를 던진다.

이 말의 본 의미는 클라이언트의 상황에 공감하되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법적 지식을 갖추고 판단을 유지하는 것이 변호사의 본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상황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좁게는 개인의 사정에 대한 이해가, 그리고 넓게는 산업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지금도 우리는 너무나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현재 로스쿨 학생들은 민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법, 형사소송법, 헌법, 행정법, 그리고 선택법 과목을 공부한다.

공부할 당시에는 기본이 되는 법령들만 해도 이렇게 많은가 싶은데, 막상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난생 처음 듣는 분야나 법령을 심심치 않게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는 국내법뿐만 아니라 국제협약과 이에 대한 각국 정책 및 관련 법령에도 신경을 써야 할 일이 생긴다.

필자도 얼마 전에 ‘인체조직은행’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어 ‘인체조직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찾아보는가 하면, ‘나고야 의정서(생물자원을 활용하며 생기는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지침을 담은 국제협약)’를 검토하면서 새삼 변호사가 알아야 하는 범위에는 도무지 끝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우리는 4차 산업혁명, 비트코인, 블록체인과 같은 일반인이 들었을 때 한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들이 범람하는,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지 완벽하게 대비하기는 어려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여기에 한때 유행하던 ‘20대, 공부에 미쳐라’ ‘30대, 다시 공부에 미쳐라’ ‘40대 공부 다시 시작하라’ 그리고 ‘공부하다 죽어라’ 시리즈를 보면, 평생 새로운 지식을 축적해야 하는 것이 비단 변호사들만의 이야기는 아니기는 하다.

하지만 무언가 하나를 공부하고 이해하면 새로운 것이 열 가지는 족히 생겨 있는 사회이자, 인터넷만 검색하면 온갖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사회에서, “변호사님, 저희 ○○○ 해도 돼요?”라는 예측 불가능한 질문에 좋은 대답을 내어 놓기 위해, 변호사들은 언제나 심심할 틈이 없다.

회사원들이 흔히 겪는다는 3, 6, 9권태기조차 느낄 겨를이 없는 모든 변호사들, 특히 필자를 포함한 새내기 변호사들에게 이 지면을 빌어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내본다.

 

 

/서민경 변호사·서울회(한미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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