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산하에 독립적 운영 가능한 사법지원위원회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 나와
“대한법률구조공단이 제도 운영 맡으면 법무부가 기소·변호 모두 독점하게 돼”

법조계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운영하는 방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24일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면서 “사전에 국민 여론 수렴 과정 및 변협 등과 논의 과정을 거쳐 제도 운용 주체와 대상자 등 여러 사항을 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가 마련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방안 초안 관련 보고서’에 나온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시행할 예정이다. 이는 3년 이상 징역형 선고가 예상되는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게 수사 과정에서부터 형사공공변호인에게 조력을 받게 하는 제도다.

변협은 제도 도입 시 법률시장 공공부문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국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할 예산 확보 및 사용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중범죄 피의자에게 세금을 사용하는 부분에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국선변호제도 운영 시 예산 부족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법무부는 지난 5월 성폭력아동학대 피해자 국선변호사 수당을 대폭 삭감한 바 있다. 수사공판 절차 참여 수당은 기존 10만원∼40만원에서 10만원∼20만원, 서면 제출 수당은 최대 20만원에서 10만원이 됐다. 수당 지급 예산이 부족했다는 이유에서다. 변협 등에서 이에 거세게 반발한 결과, 법무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10억원 늘어난 35억원으로 편성했다.

기존 국선변호인 제도는 늦장 선정으로 지탄을 받는 상황이다. 채이배 국회의원이 지난 21일 발표한 자료(표)에 따르면, 2016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북부지방법원이 국선변호인 선정에 소요한 평균 기간은 13.5일이었다. 4주 이상 걸린 경우도 15.4%에 달했다. 제1회 공판기일 이전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신청했는데도 불구하고 공판기일 당일부터 그 이후에 선정된 경우도 39.9%였다. 국선변호인이 아예 선정되지 않은 경우도 2건이었다.

운용주체를 대한법률구조공단으로 예정했다는 점에도 유감을 표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형사 피해자를 대리하는 경우,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통해 형사 피의자까지 변호하면 이익 상충 문제가 발생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기소와 변호 권한을 독점함으로써 지나친 권한을 가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법률구조법에 따라 법무부가 공단을 지휘감독을 하므로, 기소를 하는 기관인 검찰과 형사변호를 하는 기관 모두 법무부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협은 공단이 업무 영역을 확장하기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률 조력을 보다 충실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변협은 지난 22일 “공단이 청년변호사를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만들고 해고도 가능케 하는 내용으로 규정 개정을 준비 중”이라며 “비변호사가 법률상담을 하는 운영을 지속하고 지원 대상은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면서 법과 원칙에 맞는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몇몇 공단 출장소에서는 공익법무관이 구조팀장을 담당하고 있다. 변협은 “일반직 직원이 공단 지소 소장까지 맡는 것은 법률사무소를 비전문가가 운영하는 것이 되므로 변호사법 취지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법원이나 검찰이 형사공공변호인 운영을 하면 변호권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면서 “변협 산하에 사법지원위원회를 구성하되 변협과는 독립적인 인적, 물적 조직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객관성, 중립성, 전문성, 공익성 확보를 위해 변협과 대법원과 법무부(또는 대검찰청), 국회가 동수로 위원회 위원을 추천하는 방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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