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상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혼인은 여전히 생물학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중요한 제도이고 개인과 가족에게 중차대한 일이다. 우리나라 민법 명문으로 혼인은 신고해야 효력을 인정하고, 당사자 합의 없는 혼인은 무효로 본다(민법 제812조 제1항, 제815조). 이를 둘러싼 혼인신고와 혼인합의 여부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있다.

혼인의사(합의)란 ‘혼인신고하여 혼인을 성립하게 할 형식적 의사’라는 의견과 ‘정신적, 육체적 결합에 의한 부부관계를 생기게 할 실질적 의사’라는 견해가 나뉜다. 판례는 모두 포섭하되 국제결혼 관련 사안에서는 실질적 의사를, 단독으로 한 혼인신고 효력 관련 사안에서는 형식적 의사를 중심으로 비중을 달리한다.

혼인신고로 발생하는 혼인효력에 따라 혼인 중 자녀는 부의 자녀로 추정되고(친생추정법리), 협의 또는 재판이혼절차를 밟아야 헤어질 수 있고, 민법상 동거·부양·협조의무를 근거로 별거 중 동거요구와 부양료 지급을 요구할 수 있고, 상속받을 수 있다.

반면 혼인신고 하지 않은 사실혼의 경우 법률혼에게만 인정되는 위와 같은 혼인효력이 없다. 따라서 사실혼 상태에서 태어난 자녀는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으므로 친부가 인지신고나 인지의 효력을 갖는 출생신고를 해야 법적인 부모와 자녀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사실혼 해소는 당사자 합의만으로 족하고, 동거를 요구하거나 부양료 지급을 구할 법적 청구권은 없고, 상속 받을 수 없다.

사실혼이든, 법률혼이든 부당하게 혼인관계를 파탄시킨 당사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고,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미성년 자녀에 대한 친권, 양육권, 양육비지급, 면접교섭권 등은 동일하게 인정된다.

상속 받을 수 없는 사실혼 배우자가 선순위, 후순위 상속인 모두 없고 복잡하고 지난한 절차를 거친 후 특별연고자로 인정받아 상속재산을 받을 수 있는 특별연고자에 대한 분여(민법 제1057조의2)를 받는 것은 현실에서 매우 드물다. 이런 법 현실에서 단독으로 혼인 신고해 버리는 사실혼 배우자가 종종 있다.

이에 상대방이나 상속인들은 혼인무효확인소송과 사문서위조,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와 행사죄 등 형사고소를 병행하기도 한다. 통상 혼인무효확인소송에서 주위적으로 혼인무효확인, 예비적으로 이혼을 진행한다. 이미 협의이혼 된 상태라도 혼인무효확인의 소제기가 가능하다. 친생자가 아닌 자녀의 친생성을 부정을 위해 구할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서울가정 96드37910).

혼인무효확인소송 입증책임론상 단독 혼인신고한 당사자는 사실혼관계가 있었음을, 상대방이나 상속인들은 혼인신고 된 무렵 상대방이 혼인의사를 명백히 철회하였다거나 일방과의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했던 사정을 입증해야 한다(대법 93므935).

사실혼 입증은 혼인식, 가족이나 친지 결혼식이나 가족 대소사 참여, 전입신고, 상대방 일기, 메모, 편지 등에 나타난 호칭, 생활비 지급, 공동사업, 병원기록 등 사회적, 경제적 생활공동체로 살아온 흔적을 드러내는 것이다(대법 96도2049, 인천 2013드단101500). 사실혼 인정 시 상대방의 혼인의사는 추정된다. 추정되는 혼인의사를 깰 수 있는 ‘혼인의사를 명백히 철회하였다거나 사실혼관계를 해소하기로 합의하였던 사정’은 상대방이 의식불명이었거나 별거라는 사실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혼인 관련 동성혼 인정 여부보다 동성 간 사실혼 파탄의 책임, 재산분할의 필요성 등에 대한 현실적 논의가 선행되길 바란다(인천 2003드합292).

 

/양연순 가사법 전문변호사(서울회·티에스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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