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하여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법원이 줄줄이 기각하고 있고 이에 대한 검찰의 강력한 반발과 국민적 공분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사상 유래 없는 법원 고위직 법관 또는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발부 업무를 담당한 영장전담 판사의 고뇌를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나, 이와 같은 편향적인 법 해석은 일회성 과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종국적으로 대한민국 법질서에 대한 신뢰와 법원 판결의 공정성에 심각하고 중대한 위해를 반드시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를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문제라 할 것이다.

2018년 8월 26일자 신문보도에 의하면, 검사의 압수수색청구를 기각하는 사유로 법원은 “압수수색을 통해 취득하고자 하는 자료를 피의자가 생성하거나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붙였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일반 국민의 반응은 아무리 판사라고 해도 압수하려고 하는 물건이 있는지를 수색도 해보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것이고, 이러한 법원의 무원칙한 법해석이야말로 신사법농단이라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상식적으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점에서 잘못된 법률해석이라 생각된다. 먼저 형사소송법은 피의자에 대한 수색과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수색을 구별하여, 전자의 경우 “피의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수색할 수 있고, 후자의 경우 “압수할 물건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19조, 제109조). 법문상 명백한 바와 같이, 압수물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피의자 아닌 자에 대한 수색에 관한 제약사유에 불과한 것이므로, 위 사유를 사법농단 피의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청구 기각사유로 든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형사소송법은 “수색한 경우에 증거물 또는 몰취할 물건이 없는 때에는 그 취지의 증명서를 교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제219조, 제128조), 이는 압수대상물이 언제나 영장청구서에 기재한 장소에 있어야 함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 장소에 압수물이 없을 수도 있음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압수대상물의 실제 보관 여부는 영장 발부단계에서 알 수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유를 압수수색 영장청구의 기각사유로 설시하는 것은 매우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압수대상물과 범죄와의 관련성이고, 이러한 관련성이 매우 높게 인정되는 이상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실제 압수대상물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증명서의 교부로써 대응하면 족한 것이다.

문명국가의 헌법은 권력의 분립을 자명한 국가구성 원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국가권력간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이기도 하다. 특히 사법 권력은 국민에 의해 직접 선출되지 않는 권력이고, 이를 통제하기 위하여 헌법은 법원의 판결에 이유를 붙이도록 하고 또한 이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즉 법원 판결의 정당성은 단지 헌법이 법원에 사법권을 부여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이 아니고, 법원 판단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믿음에 기초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신뢰는 사법부 존립의 근거가 되는 반면, 이러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얻는 것은 그들의 의무인 것이다. 판결에 기재된 이유가 아무런 설득력이 없는 것이라면 법원의 판결은 한낱 무분별한 강제력의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사법은 국민의 공포(恐怖) 또는 타매(唾罵)를 불러 일으킬 수는 있으나 내면으로부터의 존경을 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박재혁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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