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러명의 지인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공통적으로 이번에 로스쿨 진학을 하고자 하는데, 원서를 어디 써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문의였다. 어느덧 로스쿨 2년차가 끝나고 있어 정확한 답변을 해줄 수 없었지만, 2년 전 입시를 할 때 고민했던 답답한 상황과 현재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대학입시를 할 때에도 이른바 원서 영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지만, 그 당시의 원서 영역은 다른 학생들과의 눈치싸움이 주된 것이었다면, 로스쿨 입시에서 원서 영역은 눈치싸움에 더해서 평가비율의 모호함 때문에 나오는 문제가 더욱 크다. 로스쿨 입시에서는 자기소개서, 면접 등의 정성평가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몇해 전에 모 대학의 지원자 내부평가 문건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성실성 항목에 학부학벌을 반영하였는데, 자료를 분석해보면 학부학벌의 가중치가 다른 기타 요소들을 합한 것보다 높아서 S등급의 대학 출신이 아니면 사실상 역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문건이 논란이 되자, 각 대학은 평가반영 비율과 합격자들의 LEET, GPA, TOEIC 점수의 일정 구간 점수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익이 거의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실질적인 평가비율은 여전히 학생들로서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순화해 모 대학에서 정량비율을 90% 반영하고 정성비율을 10% 반영한다고 가정하자. 겉보기에 정량점수가 높으면 유리할 것 같지만, 실질은 입학담당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애초에 지원자들의 정량점수는 0점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하한 점수가 존재하는 반면, 정성점수는 0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정량점수가 낮더라도 ‘사법시험 준비경험’ ‘해외 명문대 출신’ ‘기타 전문자격증’ 등을 갖춘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는 것을 매해 볼 수 있다. 그와 반대로 ‘나이가 많거나’ ‘학벌이 좋지 않거나’ 하면 불이익을 받는 사례들 역시도 비일비재하다. 대학에 자체 선발권을 부여하여 정성평가를 반영하는 이상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예견 가능했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이것이 공정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각자 처한 상황마다 평가가 달라지기에 답을 내릴 순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입시준비생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그 어떤 대학도 입시요강에 위에 기술한 정성평가 요소들을 반영한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죽을 때까지 선택하지 않아도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법의 지배를 받으며 산다. 그렇기 때문에 법이란 우리 생활과 가정 밀접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 공평하다는 것은 게임의 승자와 패자를 정확히 가리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의 참여자 전부가 규칙을 알고 참여해야 한다.

 

/신동운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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