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법교육 현장이나 로스쿨에서의 강의에서 종종 던지는 질문이다. 성실성, 꼼꼼함, 우수한 두뇌, 건전한 사고력 등 다양한 답이 제시되는데, ‘용기’라고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럴 때마다 과거 고시 공부할 때 들었던 우리나라 최고의 판례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나라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최고의 대법원 판결을 물어보았더니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 단서에 대한 위헌 판결(대법원 1971. 6. 22. 선고 70다1010판결)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수험공부를 할 때 당연히 공부해야 하는 판례 중 하나였기에 대부분의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그 판례와 이후 스토리를 잘 알고 있었는데, 나름 의미 있는 판례 정도로만 생각했지 대한민국 최고의 대법원 판결로 뽑힐 정도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말이 무척 인상적으로 각인됐다. 특히 그 판결이 최고의 판결로 선정된 이유가 바로 법조인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인 ‘용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것에 더욱 놀랐었고,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교훈이었다.

그렇다면 그와 비견될 만한 중요한 판결이나 결정은 무엇이 있을까? 혹자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는데, 아마도 지난 2014년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오늘날의 민주법치국가에서 적지 않은 국민들이 몸을 담고 있는 공당을 위헌정당이라는 이유로 해산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보다도 중대한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2018년 9월 19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의 퇴임 소식은 이러한 평소 생각을 다시 한 번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소수의견을 집필하여 ‘미스터 소수의견’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것은 차치하더라도, 지난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결정을 할 당시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던 재판관이었는데 그 당시의 분위기를 고려해 볼 때 법조인에게 귀감이 될 만한 용기를 보여준 모습이었다고 생각한다. 하물며 동료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극도의 고립감을 느끼고 좋지 않은 비하성 발언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음에도 소신과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반대의견을 고수하였으며, 결국에는 그러한 소수의견으로 인해 결정문이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미래의 법조인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 5·18 당시 계엄 재판부에서의 경력에 대해 당시 중위 계급에 불과하여 실제 재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5·18기념재단 등에서 이해하는 취지를 밝혔음에도, 이를 평생 잊지 못할 괴로움이라고 진실 되게 토로하는 老재판관의 모습은 또 하나의 용기와 인간적 고뇌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법조인에게 귀감이 될 만한 덕목을 갖춘 선배 법조인의 재판관 퇴임식을 지켜보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미래의 법조인이 될 로스쿨 학생들에게도 수험에 필요한 공부 이외에 법조인의 덕목에 대한 교육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도 용기 있는 법조인이 존경받고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는 나라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강명수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