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25년간의 검사생활을 마무리할 무렵, 대덕연구단지 내 특허청 산하 ‘국제지식재산연수원’ 수석교수실에 반년 동안 정책연구 파견근무를 한 적이 있다. 길진 않았지만 특허분야에 대해 깊은 이해를 얻고, 과학자들과 산업계·발명계의 전문가, 공직자를 많이 만나고, KAIST, ETRI, 기초과학기술연구원, 항공우주연구원, 생명공학연구원, 원자력안전연구원 등 다양한 연구기관을 방문하여 견문을 넓힌 소중한 기회였다.

잘 알다시피, 특허(Patent)는 현대 과학기술 문명시대에 필수적인 인간의 발명과 창작을 장려하기 위해 독점권을 부여하고 보호하려는 법적 시스템이다. 신생국가였던 미국은 에디슨, 라이트 형제, 아인슈타인 등 수많은 발명가, 과학자를 존중하는 사회풍토와 특허법의 발달로 단시일 내에 산업혁명의 선두에 설 수 있었고, 결국 세계 패권국가에 오르게 됐다.

우리나라도 후발 국가이긴 하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급속하게 특허 분야가 발전하기 시작하여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 최고수준의 출원 및 심사·심판 시스템을 갖추었고, 사법부 역시 1998년 특허법원의 창설과 전자소송에 의한 효율적인 특허분쟁해결 시스템을 구축하여, 가히 세계일류 정부라고 자부해도 될 만큼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헌법과 법률로써 발명가, 과학기술자의 권리를 보호하여 특허분쟁 해결절차의 투명성, 예측가능성, 공정성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법조계에서 일상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자소송 역시 특허법원의 시범실시를 거쳐 시행착오를 최소화한 덕택이었다. 만일 지금 와서 전자소송 아닌 종이소송으로 되돌아간다면, 폭주하는 사건을 감당 못할 정도가 되었으니, 당시 대법원과 특허법원 책임자들의 ‘명견만리’에 박수를 보내드린다.

또한 만시지탄이지만 지난해 민소법 개정으로 모든 특허분쟁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집중관할 처리할 수 있게 되어, 재판부의 전문성 결여나 소송지연으로 인한 폐단도 더욱 줄어들게 됐다.

특허관련 키워드는 ‘신규성’과 ‘진보성’이며, 특허분쟁이 생기면 특허권자든, 침해자든 특허보호범위가 어디까지인가를 판단해야 하는데 정작 발명자 본인이 해당발명의 권리범위는 물론, 종래기술이나 선행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흔하다. 그런 경우 법률상담에 임하는 변호사는 반드시 출원 대리인 변리사와 소통해서 해당발명의 출원 경과와 청구항, 명세서 기재에 대한 전문가적 분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런 전문가적 접근을 경시하는 상담 사례가 적지 않은 건 매우 염려되는 경향이다.

권리자와 침해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이 극으로 치달으면, 결국 특허무효나 손해배상소송, 나아가서 형사고소까지 제기되지만, 이 경우 당사자로서 유의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수년간의 법정투쟁을 통해서 쟁취한 정의가 때로는 차선의 타협만 못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즉 소송만이 분쟁해결의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형사고소는 되도록 앞세우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죄형법정주의와 고의책임이라는 형법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볼 때, 실제 형사 처벌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분쟁의 해결수단으로 민·형사소송을 시작하려면 먼저 전문변호사와 상의하여 사실관계와 관련 법령 검토를 잘 거쳐야 불측의 결론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진섭 지적재산권법 전문변호사(서울회·법률사무소 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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