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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또 부활한 기촉법, 법원은 그동안 뭘했나
김도년 중앙일보 기자  |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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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호] 승인 2018.10.08  1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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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갈 때마다 느끼는 생경한 장면이 있다. 연주곡을 모두 마친 지휘자가 객석에 작별 인사를 한 뒤, 무대 한쪽에 난 문으로 나갔다 들어오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것이다. 그동안 관객은 기립 박수를 친다. 지휘자가 다시 무대로 들어올 때마다 환호성은 더 커진다.

18년째 무대 밖을 나갔다가 들어오길 반복하는 법도 있다. ‘일몰법’이란 꼬리표를 달았지만, 벌써 네 번째 생명을 연장한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다. 이 법은 앞으로 5년은 객석을 향해 박수를 유도할 것이다. 부도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는 한계 기업들과 기업 파산에 따른 채권 손실을 줄여보고자 하는 금융회사들이 앉은 그 객석을 향해서다.

지금껏 기촉법이 퇴장과 등장을 반복하는 동안 법원 파산부는 무엇을 했을까. 법원은 최근 기업이 정상 영업을 하면서도 채권자들과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 등을 시행했다. 기업이 법원의 회생절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법원의 기업 관리 능력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경력이 일천한 판사 한 명이 수십개 기업을 관리하는 문제도 해결되지 못했다. 초보 의사에게 능력 범위를 넘어선 집도를 맡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기촉법의 생명을 연장해주고 있는 것이다.

기촉법에 따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채권단 주도’라 쓰고 ‘관치 주도’라 읽는다. 채권은행 팔을 비틀어 정권 입맛대로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 자주 생겼다. 채권은행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일 땐 ‘밑 빠진 독’에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기업 파산에 따라 양산되는 실업자들을 받아 줄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도산 문제는 곧 지역 경기 침체 문제로 연결된다. 지역 정치인이 관료를, 관료는 산업은행을 압박해 혈세를 살포하는 작업이 반복됐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 구태가 반복되면 한국 산업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이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수소 인프라,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형 산업이나,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등엔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까닭에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관치가 구조조정 시장에 실력을 행사하는 이상, ‘대마불사’ 논리에 따른 사양 산업 지원에 대규모 혈세가 투입되는 일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자원은 한정돼 있으니, 신산업 지원에 쓸 자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법원은 구조조정 역량을 키우지 못한 이유를 기촉법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법원이 실력을 키우지 않으면 5년 후 기촉법은 또 다시 무대에 등장할 것이다. 기촉법이 법의 성격에 맞게 ‘일몰’될 수 있을지는 법원이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효율적인 자원 배분이 가능해 질지도 그에 좌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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