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12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소상공인은 자금조달이 어렵고 정보수집능력이 미약한 작은 규모의 자영업자를 말한다. 형편이 그러하다 보니 소상공인의 시장경쟁력은 낮을 수밖에 없고, 이로 말미암아 자생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최근 최저임금의 인상과 근로시간의 단축으로 소상공의 삶의 터전이 붕괴될 위기에 처함에 따라 소상공인의 생계에 적합한 업종의 지정을 통해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 최소한의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특별법을 만든 것이다. 특별법은 제1조에서 소상공인의 경영안정과 소득향상을 도모하고, 생존권을 보장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하며, 나아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보호에 신자유주의의 논리가 제대로 먹힐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국가가 개입하여 규제하는 것에 대하여 크게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별법의 조문을 훑어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특별법에 따라 소상공인의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의 경우 대기업은 상품의 공급주체가 될 수 없다. 이미 그 업종에 진출해 있던 대기업은 정부로부터 영업범위를 제한할 것을 권고 받게 된다. 결국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업종에서 소비자는 소상공인 또는 소상공인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등’)만이 공급하는 상품을 구입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소비자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길마저 봉쇄당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특별법이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명분으로 소비자후생을 축소시키고 소비자주권을 훼손하는 것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성경에 등장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전혀 상대가 될 것 같지 않은 자들 사이의 경쟁에 자주 인용된다. 왜소한 다윗이 전통적인 싸움기술로 여기던 칼을 사용하지 않고 돌팔매질로써 갑옷을 입은 거구의 골리앗을 쓰러트린 것이다. 소상공인 등은 영세한 자영업자이다보니 혁신을 위하여 투자할 엄두를 내기 어렵다. 더욱이 대기업과의 경쟁이 없다면 혁신하고자 하는 유인도 크지 않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이제는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리는 그런 멋진 장면을 더 이상 볼 수 없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앞선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소상공인이 많이 진출한 업종 부문은 오히려 과밀하여 소상공인의 실제 수익은 극히 미비하다고 한다. 치킨집과 같은 생계형 자영업종은 진입이 쉬운 만큼 폐업에도 많이 취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17년 자영업 폐업률이 거의 90%에 육박할 정도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특별법의 시행 이후에는 대기업의 진입이 막혔다는 이유만으로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자영업종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유인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상공인 등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의 진입이 가속화되면 과밀도가 더 증가하게 될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특별법이 목적하는 소상공인의 생존권 보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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