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제가 최근에 피고인을 접견하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써볼까 합니다.

제가 얼마 전 접견했던 한 피고인은, 제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제게 두 가지를 물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국선변호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잘 변호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고, 나머지는 자기 사건의 재판장이 믿을 만한 사람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국선변호인은 불성실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피고인들이 종종 있기에 늘 설명하던 대로 그 피고인이 납득할 수 있는 충분한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당시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참 많이 고민되었었습니다. 첫 기일이 진행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담당 판사의 도덕성까지 평가하려 하는 피고인에게, 과연 어떤 대답과 설명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피고인뿐만 아니라, 제가 만났던 변호사님들 중에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지 못한 사건의 재판부에 대해 그 소속 판사의 능력이나 자질을 폄하하는 말을 하거나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 판사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말을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는 원하는 판결을 받지 못한 경우 곧장 그 담당 판사가 믿지 못할 사람이 된다는 기준을 제시한 위 피고인의 태도와 흡사해 보입니다. 물론 최근의 여러 사건들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며,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분명 사법부 스스로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사가 자신이 원하는 판결을 받지 못했다고 하여 곧장 담당 판사의 자질이나 도덕성을 의심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사법절차를 준수하고 사법부의 신뢰회복에 기여해야 할 법조인으로서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

위와 같은 질문을 했던 그 피고인이, 혹시라도 추후 재판 후 그 결과에 불만을 품고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면, 제가 직접 그 피고인에게 법률에 따른 정당한 불복절차를 안내하고, 담당 재판부를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저 스스로를 먼저 반성해야한다고 지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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