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소’라는 표현이 맞는가 ‘소제기’라는 말이 맞는가. ‘당사자의 사망’이 올바른 표현인가 ‘당사자가 죽은 때’가 올바른 표현인가. 민사소송법 용어에 대해 공부하다 문득 떠오른 궁금증이다. 첫 번째는 민사소송법 제127조에서 ‘소제기’라고 표현하고 있다. 두 번째는 민사소송법 제233조에서 ‘당사자가 죽은 때’라고 표현하고 있다. 민사소송법을 개정할 때 좀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순우리말로 바꾼 것이다. 현행 법령들을 보다보면 생소한 표현이나 법률용어들로 인해 쉽게 이해 가능한 내용임에도 의미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대여금’과 ‘차용금’ 둘이 같은 말인가 다른 말인가.

처음 법 공부를 위해 법전을 들여다보았을 때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용어가 너무 생소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기에 법학이 법 해석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임은 안다.

그래도 법전을 보면 난해한 한자어를 바꿔야한다거나 문장 정리가 필요한 조문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이 근래에는 국회, 법무부 및 법제처 등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사용해 법률 개정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있어 영원한 숙적 과목인 ‘민법’의 경우, 어려운 용어를 풀어쓰고 우리말 어법으로 고친 전면개정 민법을 2016년부터 국회에 상정시도하고 있다. 개정이 된다면 새로운 용어가 적용되고 판례이론 등이 명문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혼란을 겪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과도기적 시기만 지나면 누구나 법조문만으로도 쉽게 이해하고 사안 적용도 명확히 가능한 친근한 법전이 되리라 본다.

법 공부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판례를 잘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판결문에 있는 판결 이유나 판결 요지에도 의미 파악이 모호한 말들이 많다. 이중부정 표현이 쓰이던 과거의 판결문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비문이나 명료하지 않은 문장이 판례에 나타난다. 법무법인(유) 화우에서 출간한 ‘법률문장 어떻게 쓸 것인가’라는 책을 보면 좋은 법률문서의 요건을 말하고 있다. 첫째, 간결하게 쓸 것. 둘째, 중요한 것을 먼저 쓸 것. 셋째, 쉽게 쓸 것.

이런 요건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면 좋은 글이 써질 것 같지만 사실 말처럼 쉽게 쓴다는 것이 작성자에게는 어렵다. 또한 법률의 해석과 복잡한 법리를 잘 구성하려다 보면 글이 난해해진다. 그렇지만 잘 정돈된 생각을 상대방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 또한 법률가로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쉽고 좋은 법률이 있어야 쉽고 좋은 서면이 써질 수 있고, 쉽고 좋은 서면이 있어야 쉽고 좋은 판결문도 나올 수 있다. 시작은 법률이다. 친근한 법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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