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의혹이 봇물처럼 터지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깊어져 가는 이때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이하 ‘청탁금지법’)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김영란 전 대법관(현 서강대 석좌교수, 이하 ‘김 교수’)이 동법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책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에서 소개하고 있다.

소년법원의 경우 재판에 관계없이 결론이 정해진 자연뽕 사건으로 법원직원들이 돈을 두둑히 챙기고, 명절 때면 변호사들이 관할 법원판사들에게 선물권을 전달해 주던 시절 김 교수의 낯은 뜨거웠다고 한다. 그래서 소액금품제공이 일상화된 법원의 문화속에서 청탁과 금품수수를 거절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청탁금지법은 김 교수의 생각을 공감한 이들의 합작품인 듯하다. 그런데 청탁금지법의 적용과 해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관련성에 대한 이해이다. 100만원 이하의 소액의 금품을 제공받을 때 제재대상이 되는 기준은 직무관련자와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직자 등의 관계가 있는가에 있다. 직무관련성을 이해하는 기준을 세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직무의 인적범위이다. 즉 일반인과 공직자 간 직무상 이해관계가 있는가를 뜻한다. 평소 직무와 관련해 인적 관계가 형성되어있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부산 서구 부민동에서 건축업을 하는 사람과 서구청 건축과 국장 간에는 직무상 이해관계가 있다.

둘째, 직무의 물적범위이다. 공직자가 담당하고 있는 업무분장이 상대방에게 이익과 불이익을 미칠 수 있는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실제 뇌물죄의 직무범위를 원용하고 있다.

셋째, 직무의 시적범위이다. 뇌물죄의 경우 직무수행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공직자에게 금품을 제공하는 시점과 공직자가 담당하고 있는 직무행위가 가능한 시점 간에는 시간적인 근접성이 충족되어야 한다. 뇌물죄의 특별법으로 볼 수 있는 청탁금지법의 경우에도 다수의 결정례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고소장을 제출한 고소인이 수사출석일 전날에 담당수사관에게 4만5000원 상당의 떡을 전달한 사례, 업무방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자가 체포당일 수사관에게 1만원권을 바닥에 흘리며 나온 사례 등에서 모두 직무관련성이 인정됐다. 그런데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가 공직자 등과 직무상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관련자간 잘못된 유착관계를 근절시키는데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직무의 시적범위는 확장해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무관련 공무원에게 100만원 이하의 금품이 제공될 때 그 제재수단은 과태료 부과이기 때문에 행정벌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도 이 같은 확장해석이 가능하다. 따라서 직무관련성의 개념은 ‘당해’ 직무와 관련있는 대가 이외에도 유착관계형성을 통해 장래의 이익을 담보하는 것으로 직무관련성의 개념이 확장된다.

그렇다면 직무관련성 유무를 판별하는 위 세 가지 기준을 기초로 해당사안이 제재 대상으로 확인될 때 제재의 양정기준은 어떻게 정할까. 필자의 견해로는 세 가지 기준을 기초로 직무관련도를 측정하는 방도를 강구하는 것이다. 예컨대 직무관련자와 직무담당공무원간 직무상 이해관계가 크면 직무관련도는 크다. 교육부 감사실 공무원과 대학교 법무감사실 직원간에 직무관련도는 대학일반행정실 직원보다 더 크다. 대학교가 교육부 감사를 수감하는 기간의 직무관련도는 감사와 무관한 시점보다 훨씬 직무관련의 강도가 크다. 청탁금지법 제재양정을 정할 때 사안별로 직무관련성 성립 여부를 세 가지 기준에 각 대입시킨 후 각 기준의 직무관련도를 합산하는 방법을 택하는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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