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발전과 운영에서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cool head but warm heart)’이라는 용어는 마샬(Alfred Marshall)이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취임 연설에서 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경제이론은 치밀하고 타당성을 갖고 경제 성장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복지를 위한 실증과학의 성격을 함께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모든 경제학 교과서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후생과 복지를 논하지 않는 이론서는 찾아볼 수 없다. 경제가 성장하고, 따라서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필요한 재화를 구매하는 소비가 증가할 때 ‘인간의 삶이 개선’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제는 성장하여 전체 국부는 증가하였으나, 그에 비례하여 1인당 실질소득은 비례적으로 증가하지 않은 경우, ‘경제원리’는 고장 난 것이다. 이러한 모순의 결과는 우리가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런 ‘모순의 결과’는 무슨 원인으로 생겼고, 어떻게 하여야 시정될 수 있을까. 앞에서 지적한 모순이 생겨난 원인은 한 나라의 역사, 경제구조, 국민의식, 특히 대기업의 가치관, 정치 내용의 양상, 법의 내용 등 수없이 많은 사항들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있다.

따라서 간단히 요약하여 분석하고, 진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충 지적한다면 정치철학의 빈곤, 특히 ‘정경유착’ ‘전관로비의 극성’ ‘경제인의 사회적 가치관·윤리관의 결여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위에 지적한 문제들을 개혁·개선하여야 하는데, 정부가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적극적 개혁·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순적 결과’는 단시일에 생긴 것이 아니라, 30~40년 장구한 세월동안 누적된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 정부가 이렇게 장시일 동안 누적되어온 자본주의 모순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려고 하니, 오랜 관행을 일시에 척결하려 한다는 기득권자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위법사실·악습적 관행의 개혁·시정에는 주도면밀한 통계가 선행되고, 각계각층에 대한 영향을 주도면밀하게 고려하여 결정·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반문제는 많은 이해관계자의 대립이 내포되어 있고, 각자의 이득이 되는 입장에서 비판을 형평적으로 고려하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어렵다. 이럴수록 정확한 통계자료로 우리의 현실을 국민에게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나는 오늘날의 모든 정치·행정은 이해관계자를 얼마나 잘 이해시키고, 설득하여 이해를 조정하느냐 하는 것이 진수(眞髓)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냉철한 두뇌’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창의를 가지고, 근면한 자들을 격려하고, 대기업이 국제시장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따듯한 가슴’을 가지고, 노인·장애인·병자 등 기타 저소득층을 보살펴야 한다. 정치인·정부가 이렇게 양면의 노력을 기울일 때 국가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보장, 행복 추구권 보장’의 기능을 다한 것으로 그 존재 의의가 인정될 것이다. 제발 보수다 진보다 하는 대립을 그만두기 바란다. 보수가 기득권 보호·법적 안정성 보장에 치우치는 것으로 비추어지고, 진보가 과격하고 급작스러운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다시 말하거니와 정치인과 정부, 대기업들은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형평적으로 동시에 가져주기를 바란다. 최근 신정부의 적극적인 개혁·개선의 노력을 ‘잘못된 가치관에 의한 과잉정책’으로 평가하는 세력은 ‘병폐적 관행’을 호도하는 면이 없는가를 다시 생각하여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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