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회 변협포럼(강사: 임영욱 연세대학교 교수)

대한변협이 주최하는 제59회 변협포럼이 지난 3일 오후 7시 대한변협회관 18층 중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임영욱 연세대학교환경공해연구소 부소장이 연단에 올라 ‘미세먼지와 건강’을 주제로 강연했다.

임영욱 교수는 2001년부터 환경부 규제심사위원회 대기분과 위원으로 활동해오고 있다. 환경부 오토오일위원회 인체위해성·경제성 평가분과, 중앙정책자문위원회 대기분과 위원 및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표지전문위원, 한국실내환경학회 정책분과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 밖에도 한국대기환경학회와 한국환경보건독성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도 환경부와 경기도, 인천시 등 지자체에서 환경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실내환경학회 회장도 맡고 있다.

“미세먼지는 굉장히 많은 이유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생활속에서 쉽게 볼수 있는 자동차, 난방 등 연료를 사용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발생합니다”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각 원인이 미세먼지 발생에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를 이해하는 것에 있어 가장 처음 알아야 하는 점으로 ‘이 세상 모든 미세먼지는 각기 다르다’라는 것을 들었다.

“국가와 지역별로 미세먼지 문제의 중요성은 매우 다르게 다뤄집니다. 자연환경이 척박하고 사용하는 연료의 질이 낮은 중국과 인도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와 같은 지역은 연료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에 척박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다.”

“자동차가 검은 매연을 내뿜지 않는다 해서 깨끗해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더 미세한 입자를 배출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체에는 더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임영욱 교수는 극초미세먼지의 위해성을 나타내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경 2 마이크로미터인 미세먼지를 0.02 크기로 나누면 질량은 유지되지만 먼지 수는 200만개 이상으로 늘어난다. 표면적은 125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체에는 초미세먼지보다도 적은 직경 1 마이크로미터 이하인 극초미세먼지가 주로 들어갑니다. 코털과 섬모에서 일정부분 거른다 할지라도 폐 속의 폐포를 거쳐 혈액 안까지 침투합니다.

먼지가 혈액 안에 침투하면 면역기전에 따라 혈액 속 대식세포가 이를 잡아먹습니다. 문제는 대식세포가 수많은 극초미세먼지를 처리하며 일종의 땀을 흘리는데, 여기에는 사람의 땀과 같이 염분이 있어 염증매개물질을 발생시킵니다.

이 물질은 온몸에 염증반응을 일이키기도 하며, 점도가 높아 혈액을 진득하게 만듭니다. 혈관 속 혈액 통행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이렇듯 미세먼지는 심혈관계통, 뇌질환 등 거의 모든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 연료체제를 전반적으로 혁신해야 합니다. 하
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언제, 어디서, 어느 정도의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스모그가 우리나라 미세먼지 원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공산국가답게 빠르게 대책을 마련하고 강제력을 동원해 시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중국으로부터 유발되는 국내 미세먼지량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아직까지 중국 탓만 하며 제대로 된 연구조차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디젤 자동차를 주원인으로 꼽습니다. 물론 디젤 엔진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고 그 수준이 심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자동차 타이어와 선박, 건설기계에 의한 미세먼지 발생량은 계측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디젤 엔진과 유사한 유해성을 지닌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미세먼지 발생률도 0으로 산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하다 보니 실효성 없는 정책만 쏟아지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디젤 엔진 차량으로 인한 피해를 국민 세금으로 회복하고자 하는 것도 문제의 근본 원인을 망각한 것입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책임을 살균제 제조사가 아닌 국민에게 묻는 격입니다.”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기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세먼지 피해 예방을 위한 올바른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해야 합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 각 국은 1980년대부터 10년 이상 측정과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5년이 되어서야 초미세먼지 측정을 시작했습니다.”

“에너지체제 개편을 위해서는 통일적인 정책 개발과 시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에너지, 발전, 자동차, 난방 관련 정책들이 모두 따로 놀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환경부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없습니다. 정부는 일단 환경부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 통일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와 국민간 진솔한 소통도 필요합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 결과와 현황, 관련 정책들에 대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설명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임영욱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민들도 미세먼지는 정부가 알아서 해결해 주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만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가해자라는 인식이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디젤 엔진 차량을 운행하거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등 개인의 선택과 행동들이 미세먼지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고 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임 교수는 개인이 미세먼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말했다.

“요리 시에는 덕트 등 환기장치를 꼭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장시간 사용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공기청정기 활용 여부와 상관없이 주기적인 환기는 꼭 필요합니다.”

강의 종료 후에는 오랜 시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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