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행정구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포지엄Ⅱ 개최 … 법제 개선 논의해
장기구금 막기 위한 규정 마련 및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명시 필요성 제기

행정구금 장기화에 따른 문제점과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 인정 등 사후구제수단을 마련한 개선안이 나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4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행정구금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포지엄 Ⅱ’를 개최했다. 현행 행정구금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과 관련 법률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다.

김현 협회장은 “헌법재판소가 최근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난민에 대한 변호인 접견신청을 거부한 행위에 위헌 결정(2014헌마346)을 내렸다”면서 “이같은 결정처럼 현행 행정구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난민, 북한이탈주민, 감염병 환자에 대한 행정구금 사례와 문제점,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중심으로 발표가 이뤄졌다. 특히 행정구금이 장기화되는 경우와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가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구금은 신체의 자유라는 중대한 기본권이 침해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첫 발제를 맡은 전수연 변호사는 외국인 장기구금 사례로 발표를 시작했다. 전수연 변호사는 “장기구금 사유로는 난민 신청 또는 난민 소송이 많다”면서 “심한 경우 그 기간이 3, 4년에 달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은 “지방출입국·외국인관서 장은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을 여권 미소지 또는 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로 즉시 대한민국 밖으로 송환할 수 없으면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그를 보호시설에 보호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수연 변호사는 “사실상 구금 종기(終期)만 없는 게 아니라, 강제퇴거명령이 발부되면 구금 필요성에 관한 심사절차 없이 바로 외국인보호소에 구금이 가능하다”면서 “이처럼 출입국관리사무소 재량이 큰데도 보호 개시나 연장 단계에서 사법부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절차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출입국관리법에서는 난민을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은 ‘구금’”이라면서 “형사절차상 구속에 준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수연 변호사는 문제점 개선을 위해 구금 상한을 1년으로 하는 방안을 내놨다. 유럽연합 송환지침에서는 구금기간 상한을 1년 6개월로 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6월이 구금기간이나, 제3국 협조가 어려운 경우 등에 한해 12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또 미국은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을 90일 이내에 퇴거를 집행토록 하고 있으며, 미국 연방대법원은 퇴거기간 경과 후 합리적 구금 기간을 6개월로 추정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오승규 중원대 법무법학과 교수도 “보호조치 요건이 ‘즉시’ 송환할 수 없는 경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권 미소지나 교통편 미확보 등 사유는 그 해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므로 최장 1년 정도 상한을 부여해 국가로 하여금 적극적 해결을 도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전했다.

헌법재판소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는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와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헌법 문제”라면서 “심판대상조항이 보호기간 상한을 설정하지 않아 무기한 보호를 가능케 함으로써 보호기간 예측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헌법재판소 2018. 2. 22. 선고 2017헌가26 결정)했다.

박홍상 법무부 이민조사과 사무관은 “송환 시 ‘강제’ 퇴거는 사실상 당사자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보호기간을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로 규정한 건 불가피하다”면서 “불법체류자는 본국에 빨리 돌려보내는 게 목적이어서 출국을 원하면 범칙금 없이 바로 출국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이탈주민 구금 기간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김재식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른 북한이탈주민 보호기간을 ‘180일 이내’에서 ‘60일 이내’로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필요한 경우 30일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임시보호기간이 90일 이내인 경우가 전체의 92.8%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탈주민이 보호를 원하지 않으면 보호신청을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김재식 변호사는 현행상 보호 신청 철회 시 △북한이탈주민 신원 노출에 따른 재북 가족 처벌 △입국경로 노출 등에 따른 외교 마찰 △남한 비방 선전 악용 등 부작용 △무국적 상태로 국내 주거생활 대책 없는 상황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조력을 받을 권리를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식 변호사는 “실제로 북한이탈주민은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 변호사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서 “현실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권 보장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염병 환자 격리 시에도 변호사 조력권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황필규 변호사는 “공권력 행사가 실체적 내용에서 합법이라 하더라도 적정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적법절차 원칙 위반으로 절차상 위법한 행위가 된다”면서 “강제처분에 의해 실질적으로 체포, 구속에 준하는 격리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변호인 등 외부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갑 대한감염학회 신종감염병 특임이사는 “메르스 사태 때 3주 동안 구금된 경험이 있다”면서 “당시 중간에 외부로 나가기 위한 방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법적 조치 또한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관련 규정 등을 일원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특히 인권 침해와 관련된 부분은 인권 활동을 하는 변호사에게 검토를 받으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희준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은 “행정구금 적용 범위를 포괄적으로 생각하고 법제를 개선해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일 변호사는 “각 기관에서는 관행을 방어하고 부득이하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최소한 행정당국은 개별 영역에서 침해되고 있는 ‘신체의 자유’의 심대성을 진지하게 고려하며 행정목적을 국제인권규범과 헌법적 관점에 부합하는 형태로 어떻게 바꿔갈 것인가에 대한 수정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