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과거사와 관련된 중요한 결정들을 선고하였다. 아마도 5기 재판부에 속한 이진성 재판소장을 비롯한 5명의 재판관들이 퇴임하기 전에 중요 사건들에 대하여 결론을 내림으로써 새로 임명되는 6기 재판부에 부담을 덜어 주려 한 것 아닌가 싶다. 박근혜대통령탄핵심판과 같이 헌정사적으로 중요한 심판을 포함하여 수많은 헌법재판사건들을 성공적으로 잘 처리함으로써, 한때 기로에 빠졌었던 대한민국을 수렁에서 건져내고, 헌법질서와 기본권 수호에 나름 혼신을 다하고 떠나는 5기 재판부에 경하의 박수를 보내면서 과거사 관련 헌재결정에 대하여 짤막한 소견을 보태볼까 한다.

우선 국가배상청구 ‘소멸시효’ 사건과 민주화보상법상 ‘재판상 화해 간주’ 사건에 대한 헌재의 일부 내지 한정위헌결정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앞으로 대법원은 한정위헌결정의 기속력 논쟁을 그만두고, 헌재의 위헌결정의 취지를 존중하여 당사자들의 재심청구를 인용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법원의 긴급조치국가배상기각 판결과 재판소원배제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한 각하와 합헌결정에 대해서는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김이수, 안창호 재판관의 반대의견은 종래의 예외적 재판소원인정 사유보다 약간 다른 유형을 새로이 포함시킨 것으로서 조금 더 진전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치는 않다.

우선 다수견해는 종전 선례와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최근 법원행정처의 파일공개와 검찰수사를 통해서 속속 밝혀지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 하에서의 사법적 불법사태는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대법원판결의 문제점은 다음에 있다. 첫째, 긴급조치는 비록 법률적 효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가 입법부에 의한 법률이 아니기 때문에 입법적 불법에 대한 국가배상책임 부인 논거를 그대로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둘째, 입법적 불법이라 하더라도 개별 국민이 그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국가가 배상을 하라는 것이 헌법 제29조 제1항의 명령이며, 더구나 대통령의 긴급조치발령행위와 검·판사의 집행행위에 의하여 당사자들은 다대한 손해를 입었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29조 제1항의 취지에 반하여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대통령이나 관련공무원의 불법행위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헌법 제29조 제1항에 반한다. 넷째, 이 대법원판결은 전술한 사법거래의혹 대상판결로서 또 다른 차원의 위헌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배제조항을 해석을 통해서 무효화시키고 자신의 심판권한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 그러나 위 과거사 관련 판결에서와 마찬가지로, 만일 법원의 판결이 명백히 헌법에 위반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러한 재판들도 재판소원배제조항으로부터 도려내어 소위 ‘질적 일부위헌선언’을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이러한 문제들을 종국적으로 보다 명확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재판소원배제조항을 삭제하여 재판 역시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는 방향으로 나아가 더 이상 사법부도 통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입법적으로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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