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7선의 이해찬 의원이 42.9%의 득표율로 30.7%를 얻은 송영길 후보와 26.4%를 얻은 김진표 후보를 제치고 집권여당의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의원실 보좌진을 이해찬 후보 캠프에 파견 보내 이 후보의 당대표 선출을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한다.

필자는 국회 보좌진으로서, 현장에서 19대 총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 김부겸 장관이 보좌진을 이해찬 캠프에 보내 선거를 도왔다는 것은, 김 장관이 이 대표의 선거를 자기 일처럼 간주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김 장관에게 이른바 정치적 ‘빚’을 지게 됐다. 양자 사이에 정치적 채권관계(債權關係)가 성립한 것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 장관에게 직접 전당대회 불출마를 권유했다. 최대 과제인 ‘검경수사권 조정’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라는 뜻이다. 경찰은 정부조직상 행정안전부 소속이며, 국회에서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경찰과 검찰이 오랜 기간 이견을 보여온 해묵은 갈등이다. 지난 6월에야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발표된 바 있다.

정부에서 발표한 합의안은 검찰의 1차 수사권과 수사 종결권을 경찰에 넘기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합의안에 관해 검찰의 통제가 약해져 국민의 인권침해 소지가 커졌다거나, 부패범죄·공직자범죄 등 특수 사건은 여전히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존치시켜 검찰개혁 방안으로 미흡하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으나, 어쨌든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합의안을 도출해낸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합의 과정을 주도했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법무, 행안 두 장관이 수사권 조정의 합의안을 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문의 내용이 실제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등 10여 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입법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로 공이 넘어온 것이다.

필자가 국회 보좌진으로서 지켜봐온 입법 과정을 토대로 보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권 조정 관련 입법은 국회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맡고 있는데, 아직까지 사개특위는 위원장을 여당이 맡는다는 것까지만 정해졌을 뿐 어떤 의원들로 구성될지도 미정인 상황이다. 급할 것이 없는 법무부는 8월 초순까지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청와대에 제출하기로 했으나 계속 미루고 있고, 경찰은 속도를 내고 싶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해찬 대표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김부겸 장관에게 빚을 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 대표가 향후 당정협의 등을 통해 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엿보인다. 게다가 이른바 ‘원조 친노’로 불리는 이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 끝에 투신한 일 때문에라도 그 스스로도 검찰에 감정이 좋을 수가 없는 입장이다.

사개특위의 위원장을 어떤 의원이 맡을지는 기본적으로는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달린 문제이나, 이 대표의 의중 또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사개특위 위원장 및 위원의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의 향방은 크게 바뀔 수 있다. 결국 이해찬 신임 대표가 ‘빚은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이 대표가 김 장관에게 진 빚은 검경수사권 조정의 미래가 경찰 쪽에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전개될 수 있는 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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