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전남 지역 군내버스 경제적 사정은 열악하다. 그 열악성은 기사의 급여, 회사 경영 모두에 대한 것이다. 노사 쌍방에 무차별적이란 것이다. 총 인구 3만명을 넘었다 못 넘었다 하는 곡성, 구례 버스회사는 승객 부족으로 노선버스를 유지하기 어렵고, 여수, 신안 등 도서지역을 낀 버스회사는 어쨌든 최소 버스를 운영해야 하므로 수익 대비 고정비를 댈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따라서 도서농촌 지자체의 승객 감소 및 과소에 비례한 재정지원금 및 보조금 없이는 경영 유지는커녕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 7월 말 전남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담당한 담양 및 여수 군내버스 임금교섭 조정사건에서 당사자들의 공통된 주장들이다.

노측 제시안은, 2018년 적용 최저시급 7,530원에다 근로기준법 개정 노동시간 단축분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각 사측은 아예 제시안을 내지 못한 상태로 부질없는 임금교섭만 거의 10여 차례 마친 상태였다. 사측은 지원금 배정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함부로 교섭안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니 무작정 무책임하다 탓하기 어렵고, 노측은 관련 법령의 최소한만 맞춰 달라는 것이니 적법한 주장이다. ‘부당하지 않은 사측과 적법한 노측’이 맞선 위와 같은 군내버스 임금교섭 사안에 대해 지노위는 곧잘 현장(각 지자체 廳舍) 조정을 시도하곤 했는데, 이 사건들도 마찬가지였다. 쟁점은 勞使에게 있되 해결책은 官에 있는 사안에서, 지노위가 지자체 公館에서 벌이는 무언의 압박이요 합법적 시위라고나 할까.

경험에 의하면 대개 위와 같은 유형 임금교섭에서 노사 인상안이 제시되다가도 그 격차가 수렴되어 3∼5%대 인상이 타결되었음에도, 이번에는 16∼17% 인상안에서 아예 타협 여지가 없었던 것은 법제적으로는 최저시급의 대폭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의 변화이고, 경제철학적으로는 소득주도 성장론일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제시된 소위 ‘저녁이 있는 삶’으로 유권자 압도적 지지로 채택한 정책 결과다. 직장인은 칼퇴근 하고, 야근 없는 저녁을 가족과 보내며, 하위 계층 소득을 늘려 경제 격차를 좁히고, 그 결과 가처분소득이 늘게 되면, 내수 소비가 진작되어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분배 성장론이라 할만하다.

일본국 기후현에 미라이공업(未来工業)이란 회사가 있다. 10년전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사장실에서 속옷만 입고, 한쪽 벽면에 영화/연극 포스터를 빼곡히 붙이면서, 이것이 미라이공업에서 사장이 하는 일의 전부라고 한 괴짜 할아버지 야마다 아키오(山田昭男), 그가 창업자인 회사다. 1965년에 설립되어 2006년 나고야증시에 상장된 미라이공업은 1,100여명 직원이 모두 정규직이고, 정년을 70세까지 보장한다. 정리해고도 없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철학 하에, 사원 평가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 전제인 報告, 連絡, 相談이 없다. 경쟁적 인사제도가 없고, 승진은 오직 근속연수와 나이순서에 따른다. 근무시간은 7시간 15분(출근 8:30분, 퇴근 16:45)에 불과하고, 일체의 야근, 잔업, 휴일 근무가 없고, 유니폼, 경비원, 타임카드 등도 없다. 휴가는 1년에 무려 140일인데, 연말연시 20일, 추석명절 10일 장기 휴가를 실시하고, 5년 마다 전 직원 해외여행, 육아 휴직은 자녀 1인당 3년을 일찍이 실시하였다. 기후현 시골에 있음에도 급여는 동종업계 10% 이상으로 대체로 나고야 시내 급여 수준이고 기후현 공무원보다 높다. 정년까지 임금피크제도 실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신입사원 채용이 거의 없다. 위와 같은 복지정책을 실시하고도, 2017년 공시를 보면 매출이 350억엔, 영업이익이 42억엔 가량으로 영업이익률이 12%이고 시총은 550억엔 가량이니 코스피 기준으로 50위권 정도다. 전기설비 분야에 관한 한 세계적 기업 마쓰시다를 꺾고 수십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킨 강소기업이란 것이다.

미라이공업의 놀라운 경영상 성공이, 엄청난 복지정책과 자유로운 조직관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일본, 세계 어디에도 없는 유니크(unique)한 기업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인과관계는 복지와 조직관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문화 속에서 구성원이 자극받는 인정, 일 자체에 대한 몰입, 책임감, 성취감, 자기성장의 동기원인, 그리고 뒤따르는 공평한 분배라는 분석이 타당한 것 같다. 백지로라도 아이디어 제안서를 내기만하면 500엔씩 연구비를 받는 보상에서 자율동기와 책임감이 샘솟고, 거기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18,000여건의 특허와 실용실안으로 이어져 90% 이상의 제품을 구성한다. 사장이나 상사가 아닌 사원 개개인이 스스로 영업 목표와 생산 목표를 정하고, 그 이후 결과는 넘칠 만큼 크게 정해진 바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받는다.

우리 분배 성장론과 미라이공업 복지정책이 같은 지향을 향하면서도, 그 절차와 내적 조건은 같지 않아 보인다. 정작 구성원이 제공받고 싶은 것은 단순한 저녁시간과 저녁밥이 아닐 것이다. 창의성과 열정을 자기 주도적으로 발산할 일자리 환경과 그 노력에 상응한 공평한 분배가 아닐까. 우리 저녁이 있는 삶 정책이 허기 달랠 밥과 자기 주도적 삶을 동일시하는 객체 혼동 아니면 수단 착오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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