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학 전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재판 참관이었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공개 재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별도의 신청 없이도 재판 일정 확인 후 참관하고 싶은 재판을 참관할 수 있다. 그런데도 높게만 느껴지는 법정의 문턱 때문에 이를 미루어오던 중, 법정모니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재판 참관을 경험하게 됐다.

지난 8월 17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법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2018년 법정모니터링이 시행되었다. 법정모니터링 프로그램은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법원’이라는 목표를 실천하려는 하나의 방안으로서, 법정 재판을 외부인이 방청하고, 재판 과정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바람직한 법정커뮤니케이션과 더 공정한 공판중심주의를 구현하기 위하여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이번에 참석한 프로그램은 법학전문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나, 일반 시민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 마련되어 있어서 실질적으로는 모든 국민이 신청을 통해 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총 5시간 30분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중, 재판 모니터링 시간은 오전 1시간 40분, 오후 40분 정도로 약 2시간 20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속행부터 판결 선고까지 재판 진행 과정 전체를 참관할 수 있었다. 법률용어의 난해함과 복잡한 재판 과정이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참관한 재판에서는 최대한 일반인의 수준에서도 재판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끔 배려하고자 하는 노력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혼용하여 사용하지만, 형법상 다른 범죄로 규정되어 있는 폭행과 상해의 차이에 대한 구별 기준을 설명해주고, 판결 선고에서도 유죄 이유 및 양형 이유에 대한 자세한 서술을 통해 판결에 대한 이해 및 신뢰를 높인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재판 참관 후에는 외부인이 방청하였을 때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했는지, 공판 과정, 기일 등에 대한 명확한 고지와 공정한 증거 채택을 통하여 피고인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였는지 등과 같이 참관한 재판에 대한 질문지를 작성 및 제출함으로써 프로그램은 마무리됐다. 향후 이 질문지는 해당 법관분들에게 배부되어 더 나은 재판 진행을 위한 자료로 쓰이게 된다.

이러한 재판 참관 경험은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재판 과정을 짧게나마 경험하여 이론과 실제의 연결고리를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정 법관분들에게 직접 진로에 관하여 질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으로서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앞으로도 높게만 느껴지는 사법부의 문턱을 낮추고, 도마 위에 오른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담보하며, 국민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법부의 다양한 시도들이 지속해서 확대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