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으로 보호관찰을 받은 학생이 다시 가출을 하고 가출 상태에서 절도를 하여 법원의 준수사항을 어겼으므로 보호처분을 가중하여 변경한 것에 대해 보호자가 다툰 사건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사건은 금방 파악이 되었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이유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 학생은 가출을 하고 절도를 한 나쁜 아이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기록을 다시 보면 볼수록 그 학생이 과연 잘못을 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고 아무도 그 학생의 말을 듣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학생은 운동을 하는 학생이었고 중학교 때부터 부모와 선생님에게 운동이 너무나 하기 싫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그 때마다 그 부는 운동이 싫으면 집을 나가라고 하였고 최근에는 합숙소에서 나와 집에 들어오지 말라며 비밀번호까지 바꾸었습니다.

땡볕에 그 학생이 있는 아동보호시설에 가서 그 학생을 만났습니다. 덩치는 컸지만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이였습니다. 1시간 넘게 얘기하던 중에 그 학생이 처음 보는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학생은 학교를 안 가겠다는 것도 아니었고 평범한 학생이 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고 그저 운동이 너무나 하기 싫었다고 합니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집에서 들어오게도 못하였으므로 결국 가출을 하였고 굶어 죽을 수는 없으므로 절도를 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운동 외에는 뭘 할지 어떤 어른도 그 학생에게 말해주지 않았고 말해주기도 싫어하였습니다.

저는 3개 중학교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많은 학교폭력 사건을 접하면서 모든 사건 중 85%는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그 아이의 부모와 사회의 잘못으로 저질러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는 이혼하고 자신을 버리고 자신은 누나와 자신을 때리는 형 밑에서 생활하는데 삐뚤어지는 것도 어쩌면 정상적입니다.

저는 저 자신에게 저년차 변호사로서 나 자신도 먹고 살기 힘든데 신경 쓰지 말자고 자위하지만 저를 포함 모든 어른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저출산이라고, 아이가 미래라고 입에 발린 소리나 그만 하고 실제적인 해결을 위해 모두가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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