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108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전 세계 노사정 대표들은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Violence and harassment against women and men in the world of work)”에 관한 새로운 국제노동기준을 제정하기 위해 2주간의 제1차 토의를 하였다. 이 주제는 최근의 미투(Me Too) 운동, 고객과 사용자의 “갑질” 문제 등에 대해 최초의 국제법적 규율을 시도하는 것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우선 ILO 사무국의 초안을 살펴보면, 정부는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을 철폐하기 위하여 노동기본권을 보호하고, 관련 국내 법령을 만들어야 하며, 여성, 연소자, 장년, 장애인, 이주노동자, 성적 소수자 등 취약 노동자에 대하여 예방조치, 모니터링, 피해자 지원, 교육, 캠페인 등 조치를 해야 한다. 피해자 구제에는 금전적 보상, 복직, 시정명령, 법률 서비스비용 등이 포함되며, 전문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전문 법정, 신속처리 절차, 입증책임의 전환 등이 제시되었다. 제1차 심의 후 노사정이 채택한 결론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부가 비준할 경우 이행해야 하는 국제법적 의무가 발생하는 “협약”(Conventions)”과, △협약과 같은 법적 효력은 없으나 국내 조치의 지침이 되는 “권고”(Recommendations)를 동시에 채택하기로 했다(“협약+권고” 형식). 노동자 그룹과 다수 구속력 있는 최소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협약을 제정하고, 동시에 각국이 따를 수 있는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권고를 제정할 것을 주장했고, 반면 사용자 그룹은 각 회원국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권고 형태를 지지하였다.

둘째,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의 정의를 “물리적, 정신적, 성적 또는 경제적 피해를 일으킬 목적이거나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거나 그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와 관행 또는 그 위협”으로 규정하였다. 사용자 그룹은 폭력을 물리적 폭력으로 좁게 정의하는 대신 괴롭힘을 별도 정의하자고 주장하였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셋째, “노동자”를 훈련생, 인턴, 도제(견습생), 일시해고자 또는 정직자, 자원봉사자, 구직자, 응시자 등을 포함하여 계약상 지위와 무관하게 일하는 사람들로 넓게 정의하였다.

넷째, 폭력과 괴롭힘의 상황을 어느 범위(cover)까지 고려할 것인가가 쟁점이었는데, 일의 과정에 있거나 연계 또는 파생되는 상황까지 넓게 보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실제로 일을 하는 공적, 사적 공간 모두 작업장(workplaces)으로 간주되며, 노동자의 휴식, 식사, 세면 장소, 통근 시간, 사용자가 제공한 숙소와 함께 업무 관련 출장, 교육, 행사, 사교활동(social activities)을 모두 “일의 세계”로 정의하였다.

다섯째, 폭력 및 괴롭힘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범위에는 사용자, 근로자 외에도 이들의 대표자(노조간부, 사용자단체 등), 고객, 서비스 제공자와 대중(the public) 등 제3자(third party)도 포함되었다.

새 국제노동기준은 내년 6월 제109차 ILO 총회의 제2차 심의를 거치고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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