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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가만한 당신”
김충희 변호사·부산회(법무법인 동래)  |  kch6017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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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승인 2018.08.20  09: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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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아니지만, 이따금 생각이 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춰보는 이야기가 있다. 대형 포털의 간판 웹툰도, 짤막하게 연재되는 소설도 아니다. 책으로 발간도 되었다지만 여전히 마우스를 딸칵거리며 읽는 것은 2014년부터 토요일마다 올라오기 시작한 어느 조용한 부고(訃告)다. 한국일보에서 최윤필 기자가 연재하고 있는, 대부분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들의 죽음과 비로소 함께 알려지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가만한 당신”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가만한 당신”은 다양한 인종과 연령, 성별을 막론한 이들의 죽음과 삶에 대해 담담하게 써내려 간다. 차별과 억압에 대해 저항한 이들은 물론, 유명인들 사이에서 전혀 주목받지 않던 인물과 지독하고 악랄한 독재자조차도 한 번씩 “가만한 당신”에 등장해 죽음과 함께 이름을 알린다. 칼럼을 읽고 있으면 죽음은 모두의 앞에서 공평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결국 어떤 이든 부고를 다는 것으로 마지막 기록을 남긴다. 어쩌면 “가만한 당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죽고, 그 삶이 개인에게 얼마나 대단했던들 한바닥의 칼럼에 담기니 말이다.

그러나 회의나 혹은 감상에 젖기보다도 “가만한 당신”은 부지런히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삶을 알리면서 나의 시야와 세계에 아주 얕고, 아주 얇지만, 그러나 모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작고 불편한 사실을 얹는다. 내가 살아오면서 비교적 편하고 괜찮은 선택지를 받아왔다는 것, 이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동시에 시혜적이 될 만큼 내가 대단하지는 않다는 것. 그러니 “가만한 당신”을 모아 읽은 날이면 한시적이라도 자랑이나 불평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다. 여러 이들의 압축된 삶을 읽으며 내 삶을 나름의 방식으로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가만한 당신이라는 꽤 근사한 제목은 찬찬히 펼치면 돌아서 나를 가리키고 있을 때가 많다. 가만한 당신, 그리고 가만한 자신. 칼럼이 연재한 삶이 켜켜이 쌓일 때마다 살펴본 나에 대한 시선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른 이들의 삶을 짧게나마 지켜보라고 쓴 칼럼을 보며 나를 반추하다니, 조금 우스운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가만한 당신”은 길지 않은 글이다. 최윤필 기자가 스스로 말했듯, 넌지시 말하는 이야기인 이 칼럼을 읽고 감명을 받아 내 삶이 크게 바뀌거나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어떤 사안을 접할 때 말을 꺼내기 전 조심하게 되는 정도가 가장 긍정적인 영향일지도 모른다. 어떤 것도 지금의 나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다. 그 당연한 사실은 가끔 나를 조금 슬프게 하고 내가 늙고 지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럴 때 “가만한 당신”은 딱 그 제목만큼의 희망을 준다. 바뀔 수는 없지만 나를 다시 되짚어 스스로의 진단을 하게 하는 일 외에도, 4년째 계속되고 있는 이 부고는 끊임없는 여러 삶을 들려주면서 “그럼에도 계속해서 나아간다”는 진실을 건넨다. 선하고 악한, 혹은 그 중간에 있는 미온한 삶도 모두 계속되고 있고 “가만한 당신”에 실릴 사람들은 여전히 태어나고 살아간다. 그 단순하고 강렬한 깨달음이 나를 살게 하며 또 묻게 한다. 칼럼에 실렸던 아그네스 닉슨이 했던 말처럼, “모든 이의 삶이 곧 드라마- 늘 절정도 바닥도 아닌, 순간순간을 살 뿐”. 그런 삶도 이렇게 기록이 된다면, 내가 일구고 있는 이 일상 또한 가만하지만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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