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사법농단 및 기획판결 규탄 기자회견’ … 서명운동으로 변호사 뜻 하나로
대법원에 사법농단 진상 규명과 진정한 사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 적극 요구

변호사들이 대법원 사법농단과 주요사건에 대한 기획판결을 규탄하기 위해 변호사 2051명의 뜻을 모아 대법원 앞에 집결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지난 17일 오전 10시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사법농단 및 기획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기획판결을 자행한 사법부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변협 제49대 집행부뿐 아니라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등 변호사 다수가 참여했다.

대법원의 사법농단 및 기획판결 규탄에 동참한 변호사는 총 2051명이다. 변협이 지난달 30일부터 진행한 서명운동에 온라인에서는 변호사 1796명, 오프라인에서는 255명이 참여했다.

김현 협회장은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과 기획판결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면서 “인권을 옹호하고 법치주의를 수호해야 하는 우리 변호사들은 이제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크게 외쳤다.

이어 “대법원은 뼈를 깎는 개혁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면서 “변협과 서명에 동참한 변호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번 사태를 주시하며, 진정한 법치주의 회복과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협은 대법원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아울러 대법원이 이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고, 제도 개선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재까지 알려진 기획판결 사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재판 지연’과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 등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사건은 소가 제기된지 18년이 지나도록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은 대한변협 압박 방안의 일환이었다는 정황히 속속 드러나고 있다. KTX 근로자 복직사건, 쌍용차 해고 사건, 통상임금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사건 등도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A 변호사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은 변호사를 농락하는 악질적인 행태”라면서 “변협에서 이를 엄정히 대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B 변호사는 “계약 시 선수금만 지불하고 추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의뢰인이 이를 성공보수라며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서 “실제 소요비용까지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변협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도 다시 한번 제기했다. 판사 성향을 분류해 리스트를 만들고 관리함으로써 법관 독립을 무너뜨리는 시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현 협회장이 변협 입장을 표명한 이후,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됐다. 김현 협회 장은 “다른 단체 대부분은 검찰 수사 전에 기자회견을 했는데 변협이 늦게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변협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니 만큼 회원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느라 시일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수사나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변협에서 의견을 내는 게 문제라는 시선이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현 협회장은 “법치주의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모든 건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해야 하며, 앞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걸 지켜보겠다”고 소신을 밝혔다.

변협은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기획판결로 인해 약정한 성공보수를 받지 못한 피해 사례를 지난 8일부터 취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변협은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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