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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민주주의자의 무기”
윤범기 MBN 기자  |  bkman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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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호] 승인 2018.08.06  09: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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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 나오는 최강의 무장들은 모두 최고의 무기를 소장하고 있다.

무신으로 추앙받는 관우는 80근짜리 청룡언월도를 휴대했다. 장비에겐 3미터에 육박하는 장팔사모가 있었다. 관우와 장비가 한꺼번에 덤벼도 당해내지 못했던 여포는 방천화극으로 수많은 적장의 목을 취했다. 잠자던 여포가 조조의 병사들에게 생포당했을 때, 병사들은 먼저 방천화극부터 치웠다.

박정희, 전두환 장군이 정권을 탈취할 때 그들도 무기에 의존했다. 그것은 총과 탱크였다. 재벌이 세상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 할 때도 무기에 의존한다. 삼성이 최순실의 딸에게 구입해준 말도, 낙하산 관료와 전관예우 법조인들을 유혹하는 고액 연봉도 모두 그들의 무기였다.

그렇다면 우리 민주주의자들은 어떤 무기를 갖고 있을까? 민주주의자가 가진 무기는 오로지 말과 글이다. 말과 글로 상대를 설득해 생각을 바꿀 때만 민주주의자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준 사례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다. 무명의 지방의원이던 오바마는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축사자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15분간 이어진 그의 연설은 그의 인생 뿐 아니라 미국의 역사를 바꿨다. 2년 뒤 연방 상원의원, 4년 뒤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오로지 그가 가진 말과 글의 힘 때문이었다.

결국 좋은 민주주의란 더 좋은 말과 글로 구성된다. 민주주의는 민주화 이론에서 말하듯 우상향하는 직선처럼 발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나라 공론장에 어떤 말과 글이 제출되느냐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오바마의 미국과 트럼프의 미국을 비교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말과 글을 훈련하는 교육이 부족하다. 민주시민을 길러내야 할 국어시간엔 문법과 문학의 정답 찾기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제대로 말할 줄도 글 쓸 줄도 모르는 채로 세상에 내던져진다.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정치학과에선 연설이 커리큘럼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언론정보학과나 법학과에서도 말하기나 글쓰기를 배운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정치인도 언론인도 법조인도 체계적인 말하기와 글쓰기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각자의 영역에 뛰어든다.

특히 사법부는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더 치열하게 말과 글을 배우고 가르치고 훈련해야 한다. 말과 글이 힘을 잃은 재판정에선 전관예우나 법조 경력이 판결을 좌우한다.

이젠 법조계도 민주주의의 기본으로 돌아갈 때다. 더 좋은 말과 글로 설득하고 경쟁하는 법조문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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