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재판제도정책협의회서 형사기록 열람복사 절차 문제 제기한 결실 맺어
“형사기록 열람복사기간 단축,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2019년 초, 형사재판에도 전자소송이 도입됨으로써 모든 소송에 대한 전자사본기록을 열람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이 형사재판에 전자소송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31일 밝혔다. 내년 초 서울 소재 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중 시범재판부에서 시범 실시하고, 2020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2010년 특허재판에 전자소송을 도입한 이래로 민사, 가사행정, 보전처분, 파산회생 등 계속해서 그 범위를 늘려와 형사재판만 남겨둔 상황이다.

이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를 비롯한 법조계에서 끊임 없이 지적해 온 형사기록 열람복사 절차 개선을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변협은 지난해 4월 대법원과 함께 발족한 재판제도정책협의회에서 재판제도 개선 사항을 여섯 차례에 걸쳐 전달해 왔다. 특히 형사기록 열람복사 절차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전국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대법원에 그 결과를 전달하기도 했다.

형사기록 열람복사 절차는 그간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형사사건 기록을 종이 원본으로만 복사해야 했다.

A 변호사는 “하루에 열람복사를 할 수 있는 건수가 정해져 있어 예약을 해도 2~3주 후에야 열람복사를 할 수 있는 일이 허다했다”면서 “겨우 복사를 하러 가면 복사기 고장이나 잉크 부족 등 문제로 복사 대기 시간까지 길어 방어권 행사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B 변호사도 “형사기록이 보통 수천장인데 인적 사항을 전부 오려내고 담당자에게 검사를 받은 다음 며칠 동안 복사를 하면 다른 일은 할 수 없게 된다”면서 “심지어 묶음으로 돼 있는 기록은 풀지 못 하고 한장씩 복사를 해야 해서 묶여있는 부분이 시커멓게 복사돼 읽지 못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했다.

변협 설문조사에서 많은 변호사가 개선을 위해 제시한 방안은 ‘전자소송 도입’이었다. C 변호사는 “형사기록 복사는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라면서 “형사재판에도 전자소송을 도입해 개인정보를 사전에 익명 처리하고 복사시간을 줄여 변호사가 실질적으로 피고인 방어권 보장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소송이 도입되면 열람복사기간뿐 아니라 사건 처리 기간도 크게 단축된다. 종이기록의 경우 재판장과 주심판사가 동시에 사건기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그 차이는 두드러진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민사재판에 전자소송이 도입되기 전인 2010년에는 항소심은 평균적으로 사건 처리에 202.2일, 상고심 107.2일이 걸렸다. 도입 후인 2012년에는 항소심 처리기간이 52.5일, 상고심 처리기간이 22.3일이 단축됐다.

전자소송 사건 수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1심 가사사건은 42.86%, 1심 행정사건은 99.56%가 전자소송으로 진행됐다. 1심 민사본안사건의 경우, 2013년 35.23%에서 2016년 64.51%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대법원은 전자소송 도입에 앞서 형사기록을 보호조치 후 PDF 파일로 전송하거나 USB에 저장하는 방안을 지난달 16일부터 시행 중이다. 단 재판부에서 보호조치 결정을 내린 형사기록만 가능하다.

김현 협회장은 “형사기록 열람복사권 보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 피고인 방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면서 “앞으로 전자소송 정착을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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