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 속도만큼이나 인공지능 기술의 개발속도는 상당하다. 딥러닝(Deep Learning)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등의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고 알파고(AlphaGO)는 인류 최강 바둑 기사들에게 차례로 승리하였다. 인공지능 변호사의 채용이 이루어지고 일본에서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 행위에 대한 책임 문제에 대한 정부 방침이 정해졌다는 뉴스가 들린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한정된 정보로 인해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이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과 활용에 따른 사회 변화에 대한 사회학적 논쟁을 넘어서 인공지능에 관한 입법·정책적 측면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20대 국회에 발의된 인공지능과 관련된 법률을 살펴보면,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융합특별법)’ 등이 대표적인 법률안이다.

위 법들은 4차 산업혁명의 선구적인 법률로 평가되고 있으나, 사실상 4차 산업혁명의 주축을 담당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인공지능에 관한 특별법에는 인공지능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법적지위, AI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민사 및 형사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 AI가 생산한 제작물에 대한 저작권 및 산업재산권 인정 여부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나,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률은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

AI의 법제에 관한 출발점은 AI에게 법인격을 부여할 것인지 여부이다. 법인격 인정 여부의 논의는 민·형사상 책임의 문제와 절차법상 규율 관계를 달리하게 될 것이고 기본권 인정 문제 여부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논의이다.

둘째로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이다. AI 로봇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보고 들을 수 있고, 이것을 처리하여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로봇을 이용한 직접적 감시의 문제, 로봇이 개인의 주거 공간 등에서 발생하는 사생활 정보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는 국가에 의한 통제의 우려와 함께 프로그램 제작사와 로봇제작사 및 소유자 등의 사인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입법적인 난점이 존재한다.

셋째로 손해배상의 문제이다. AI에 의해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일반적인 손해배상의 이론을 적용하는 것은 난점이 있다. 물론 사용자·점유자 책임이론이나 제조물 책임 이론에 따라 책임 법제를 구성할 수는 있으나 과학기술상의 문제와 AI 오작동 등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원인제공자를 특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AI가 지닌 위험성을 평가하여 그에 대한 손해의 전보를 보장해주는 사회적 보증보험 방식과 정부 개입 배상 방식, 또는 현재 법체계 내에서 이를 이론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작권에 대한 문제이다. 우선 딥러닝 과정에서의 광범위한 저작권 침해의 문제와 AI를 통한 창작에 따른 저작권 배분의 문제가 모두 논의돼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AI 시대가 도래한다는 이야기는 이미 과거가 되었고 AI 시대에 따른 법제 논의는 이제 시작되고 있다. AI 비서가 TV의 음성을 잘못 인식해 잘못 주문된 상품의 반송 문제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알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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