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신나는 여름방학이다!!!!”

이것은 지난주 금요일 방학을 시작한 아들아이의 외침일 뿐… ‘휴우…겨울 방학 끝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여름방학이냐…’ 이건 내 마음 속 한숨이다. 아이는 방학이라 늦잠도 자고 엄마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들떠 있는 모양인데, 일하는 엄마인 나는 방학 때만 되면 마음이 늘 편치가 않다. 마음 같아서는 아침에 출근하면서 자는 아들을 깨워서 아침밥도 먹이면서 밥상머리에서 잠깐 대화라도 나눴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출근하는 엄마를 둔 탓에 방학 때도 늦잠을 포기해야만 하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어찌해야 하나 싶다. 그렇다고 자는 아이를 그대로 두고 출근하려고 하니 과연 저 중2가 제때 일어나서 밥도 챙겨 먹고 책 한장이라도 스스로 펼쳐 볼 것인지 쩝, 걱정이 태산이다. 한달도 채 못 되는 방학이라지만 그래도 전업주부인 친구들은 벌써 특강이다 뭐다, 아침부터 빡빡하게 수업시간표를 짜 놓고 아이를 학원으로 실어 나르며 뒷바라지를 할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마음은 굴뚝같지만 정보나 시간 둘 다 따라주지 않는 못난 나는 이번 방학 때도 아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작년부터 2년째 여름방학이면 중국에 살고 있는 학창시절 단짝친구가 딸 둘을 데리고 우리 집에 살러 온다. 대치동 SAT학원에 아이를 보내기 위해서이다. 한집 두 가족 생활을 하다보면, 우리 아들과 친구네 딸들의 생활태도며 공부습관 등 하나하나가 조금씩 비교가 되면서 뭔가가 내 마음을 콕콕 찌른다. 내가 일을 해서 이런 건가 곱씹어 보게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황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가능성은 딱히 없어 보인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사실 출근해서 일을 하다보면, 전날 밤 아이를 대하면서 발견했던 문제점, 해결해보려고 했던 일들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어쩌다 생각이 떠올라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나면 일할 시간은 금세 뭉텅 잘려져 나가 있고 서면은 밀리기가 일쑤다. 그럴 때면 정체 모를 부채감과 찝찝함으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방학이면 그런 느낌은 더 심해지는 터라, 방학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워킹 맘의 솔직한 심정이다.

지난 토요일 밤 아이와 관람한 인크레더블 2 만화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헬렌 역시 워킹 맘이다. 양육과 수퍼히어로 일 모두가 헬렌이 맡은 임무다. 헬렌은 고무처럼 사지가 쭉쭉 늘어나는 특성을 가진 캐릭터인데, 한 손으로는 멀리 날아가는 헬리콥터를 잡고 몸과 팔을 쭉 늘여서 또 한 손으로는 빌딩 꼭대기를 잡으면서 버티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이렇게 워킹맘 여주인공을 사지가 늘어나는 일라스틱 걸로 설정한 것이 우연일까. 일과 가정을 함께 돌보아야 하는 워킹 맘의 애환을 담고 있는 캐릭터를 그리기 위하여 온몸이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나는 능력을 부여한 것은 얼마나 적절한지.

그러나 악당을 물리치고 평화를 가져 온 것은 헬렌의 공만이 아니었다. 그녀가 임무를 수행하느라 가정을 비웠을 때 그 자리를 메꾼 사람은 괴력을 가진 수퍼히어로 남편 밥이었고(물론 육아에 그 괴력은 사실 통하지 않았지만), 거기에 아이들은 단순히 부모가 돌봐주어야만 하는 존재로만 남아 있지 않았고 위기에 빠진 부모를 구해주는 존재로 자랐다. ‘그래. 서로 부족한 점을 부끄럼 없이 내보이고 힘을 모으며 같이 성장하는 그런 게 가족이지.’ 이렇게 내 마음을 다독거려본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