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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변카페]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다
이희관 변호사·서울회(법무법인 자우)  |  2255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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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9호] 승인 2018.07.30  09: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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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로 재보면 똑같은 온도라도 실제로 맨살을 담가보면 온천물과 가정용 목욕물의 차이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습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시간이 작품을 만들어내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그 시간의 과정은 작가 본인만이 실감할 수 있음을 설명하며 들었던 예이다.

하나의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소설의 싹을 틔우는 침묵의 사전 작업 시간, 그것을 초고와 수정을 통해 구체적인 형태로 일으키는 기간, 일어선 것을 잠시 떨어져 관망하는 양생의 시간, 그것을 밖으로 꺼내 세세히 검증하고 마무리하는 시간, 그런 과정 하나하나에 들인 시간의 퀄리티가 작품의 ‘납득성’으로 드러나고 충분한 시간을 들였느냐 아니냐는 오로지 작가 본인만이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실감한 경험이 하나 있다. 청춘을 들여 준비하던 시험에 낙방하고 방황 할 때 강원도 태백의 모 수도원에 마음을 추스르러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당시 합격생들의 합격노하우 150여명 분을 출력해서 들어갔는데, 지내는 동안 휴대폰도 맡겨야 하고 달리 외부와의 접촉도 없는 터라 새벽부터 저녁까지 그들의 글을 읽었다.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되짚어 보았더니 회독 수가 더해지면서 맥락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열 번쯤 읽었을 때 ‘아, 이거구나’하고 머리를 치고 가는 공부방법의 행간이 있었다.

이때의 깨달음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듬해 시험에 합격하였다. 이후에도 생활의 중요한 고비마다 그때의 경험이 버팀목처럼 다가와 나를 지지해 준다.

그 하루는 결국 오랜 수험기간을 거쳐 방황하던 양생의 끝에 찾아온 결과였고, 오롯이 내 편이 된 시간이었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고만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일의 사전준비부터 마지막 담금질에 이르기까지 소중하고 겸허하게 시간을 들여 대했음을 스스로 실감할 때 가능하리라 본다.

그래야 어느 작가의 말처럼 ‘시간에 의해 쟁취해낸 것은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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