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개업변으로 지낸지 만 6년차가 넘었다. 중점 활동 중 하나는 시민단체 참여다. 2012년 안산소비자시민모임을 시작으로 2014년 안산녹색소비자연대, 2017년 안산YMCA, 2018년 시화호생명지킴이 등등 안산 내 다양한 시민단체와 교류하고 있다. 지역 내 시민단체에는 변호사수요가 생각보다 많지만, 반대로 변호사 입장에서는 품이 많이 들고 산출(?)이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활동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도 원곡법률사무소 구성원들의 관대함에 힘입어 몇 년째 활동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성향의 단체 중 소비자단체와 교류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교육’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사건’ 때문이다. 안산은 새로 개발된 도시다보니 아무래도 정착민보다는 이주민이 많다. 혈연과 지연이 사라진 공간이라고 할만하다.

그래서일까? 안산에는 아주 많은 민간교육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각 과정마다 해마다 1~4개 기수가 배출된다. 쉽게 말해 많게는 1년에 수백 명의 동문이 생기는 셈이다. 좋다면 좋고 나쁘다면 나쁜 안산만의 특색이라 할 수 있겠다. 어쨌든 2012년쯤 여러 교육과정 중 ‘소비자정보대학’을 선택해 그때부터 소비자단체와 인연이 시작되었고, 안산소협을 통해 ‘홈플러스 집단소송’을 수행하면서 보다 긴밀한 관계가 형성되었다.

2013년 3월경 안산소비자단체가 한데 모여 ‘안산소비자단체협의회(안산소협)’를 만들었다. 전국단위 소협 외에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예는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안산소협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전국 최초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금융피해소비자를 위한 변호사모임(모임)’도 그 중 하나인데, 2016년쯤 변호사 9명이 동참하기로 하고 안산소협과 함께 모임을 결성했다. 2015년도에 ‘홈플러스 개인정보 판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준비하면서 단체간 교류가 활발했던 경험이 주효한 것 같다.

모임은 기존 제도에서 보호하지 못하는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피해구제 범위도 악성채무로 생계유지가 어려운 사람, 정당한 거래대금의 지급거절로 경영이 회복불능상태인 사업체(개인사업자 및 법인), 사기(보이스피싱, 투자권유) 등 범죄피해자까지 포괄하고, 지원 내용도 무료법률상담, 교육, 채무자대리를 비롯해 기존창구(신용회복위원회나 경기도서민금융지원센터 등)와 연계를 통한 파산회생, 일자리 지원 등 원스톱서비스를 해보기로 했다.

2016년부터 길거리 홍보에서 시작해 찾아가는 상담, 금융소비자학교, 워크샵 등등 여러 가지 활동을 벌여왔지만 모임은 생각보다 힘들고 찾는 이가 많지 않았다. 올해로 3년차가 되는 셈인데 찾아가는 상담 연인원은 한 자리 수에 불과했고, 직접지원이나 연계구조활동도 꽤나 저조한 형편이다.

2015년경 서울과 성남의 금융복지상담센터 건립을 기점으로 국내 금융소비자운동이 새로운 국면(침체기)을 맞은 탓도 있지만, 역시나 민간주도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 맞춤형 운동을 일궈낸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초라한 현실에 낙담할 법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안산소협은 계속 고민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2018년도 변호인단 구성도 새로 마쳤고, 기존 제도권 창구와 시청 공무원 등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간담회도 추진 중이며, 다른 단체와 지자체의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부디 고생 끝에 낙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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