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총 6학기의 과정 중 한 학기가 끝이 났다. 법학 공부라는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수험생활에 수반되는 두려움이 공존한 첫 학기를 보내며 느끼는 소회는 학생마다 각양각색일 것임이 분명하나, 하나의 공통점만은 찾을 수 있다. 바로 첫 학기를 요약하는 데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첫 학기 성적표라는 점이다.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첫 학기의 성적은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과연 내가 소위 말하는 리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일까, 내 공부 방향은 이게 맞는 것일까”에 대해 스스로 고찰해보는 계기임과 동시에 “다음 학기 실무수습을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를 결정하는 대외적인 평가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학교 내신 성적에 대한 법학전문대학원생의 큰 무게감은 휴학, 1학기 성적을 삭제하기 위한 반수, 혹은 새로운 길을 향한 자퇴와 같은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1학기 성적을 통해 많은 것이 결정되는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서울대 로스쿨에서는 1학년 학생들의 평가방식을 대폭 수정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1학년 성적만큼은 A~F로 나누어 단계적으로 성적을 산출해 내어 등수를 매기는 현행 방식을 버리고, P/F(Pass and Fail) 방식으로써 학점이수를 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아직 1학년 모든 과정에 이러한 성적 산출 방식이 적용될 것인지 혹은 한 학기에만 적용될 것인지 시행 방침에 대한 구체화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개선안의 제시만으로도 현행 제도의 큰 변화가 있으리라 예측된다.

이러한 P/F 이수 방식은 이미 로스쿨 제도가 정착되어있는 미국에서는 낯선 제도가 아니다. 스탠퍼드, 하버드, 예일과 같이 해외 유수의 로스쿨 역시 내신 경쟁 때문에 야기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P/F 평가 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1학년만큼은 내신 성적을 위한 시험 위주의 학점 경쟁보다 법학이라는 학문에 더욱 심층적인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도입의 취지였다.

이러한 서울대 로스쿨의 행보는 다른 법학전문대학원에서도 반드시 도입할 만한 유의미한 행보다. 법학 공부를 미처 접하지 못하고 다른 분야에 전문성을 길러왔던 학생들이 첫 학기 성적에 대한 충격으로 ‘법학 적성이 없다’고 그릇 믿고 휴학을 하거나, 취직에 결정적인 학점을 세탁하기 위해 새로운 학교로 반수하고자 하는 학생들 역시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현행 제도와 결부된 지나친 학점 경쟁은 로스쿨 재학생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비용의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법조인 배출이라는 도입 취지, 심도 있는 법학 공부 및 지나친 학점경쟁에 따른 부작용의 최소화라는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 서울대 로스쿨의 성적 산출 개선안이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에 보편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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