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앞으로 검경 수사권의 운명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20대 국회의 하반기 원 구성이 늦춰지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의 운명을 결정할 이른바 ‘제2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 구성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지난 1월 출범한 사개특위는 국회 차원의 사법개혁 논의체다. 지난달 30일 활동 기한이 종료됐다.

이에 따라 국회는 16일 사개특위를 포함한 비상설특위구성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국 합의를 하지 못하면서 오는 26일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도장을 찍은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으나 여전히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앞으로 상임위원회 업무보고는 물론 경찰청장·대법관 인사청문회도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대법관 임명동의안 표결, 국가인권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 위원 선출 등까지 이달 처리해야 한다. 이들 사안을 처리하더라도 정당대회·국정감사 등이 기다리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 “연내 검경 수사권 조정이 국회 문턱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는 부정적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의 핵심은 △검사의 송치 전 수사 지휘권 폐지 △경찰에 1차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 부여 △검찰의 보완 수사요구권 확보 △자치경찰제 시행 등이다. 하지만 시행 전부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들 방안이 실제 수사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를 내면서 견제와 균형을 도모한다는 본래 취지를 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법조계 안팎에서 국회 차원의 보완을 거쳐 입법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 고칠 부분은 수정하고 보완할 곳은 보충해야 최선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검찰 개혁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다. 나아가 국민들이 오랜 기간 염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앞서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동료 의원들의 구속을 막으면서 ‘방탄국회’ ‘방탄의원단’이라는 비난을 받은 국회. 속도감 있는 추진과 당을 떠난 여야의 합리적 입법 협력으로 국민의 국회로 다시 설지, 아니면 또 한번 지지부진한 모습으로 ‘세금 도둑’이라는 오명을 얻을지 선택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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