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공원법에 따르면 ‘국립공원’이란 우리나라의 자연생태계나 자연 및 문화경관을 대표할 만한 지역으로서 국가가 지정한 공원을 말한다.

그러나 국가나 지자체 등이 공중의 휴양·놀이를 위하여 마련한 사회시설이란 의미를 가진 ‘공원’이란 단어가 사용되기 때문인지 이런저런 오해가 생겨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오늘은 그 중 피고적격의 혼동 문제에 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적잖은 사람들이 공원관리청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구역 전체에 대한 점유·관리의 주체라고 오해하여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잘못 제기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아마도 ‘공원’이라고 하면 도시공원, 즉 국가·지자체 등이 인공적으로 조성하고 전면적으로 관리하는 공원을 떠올리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국립공원과 도시공원은 큰 차이가 있다. 국립공원은 자연공원으로서 그 면적이 약 6726㎢이며 그 중 육상면적만 약 3,972㎢로서 서울특별시 면적의 6.5배에 달한다. 육상면적 중 무려 약 1/3이 사유지이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국립공원 안에서 집을 소유하면서 경작도 하고 가축도 키우며 살아간다. 게다가 지자체에서 설치·관리하는 약수터나 체육시설도 많다.

소수의 공단 직원들이 광활한 면적의 국립공원을 도시공원처럼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물리적,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공단 직원들이 담장이나 울타리 안의 사유지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관리하는 것도 비상식적이다. 그렇기에 공단은 자연공원법령에 따라 환경부장관으로부터 위탁받은 특정한 직무만을 수행하고, 공작물과 관련하여서도 공단은 탐방로, 주차장, 대피소 등 공원계획에 따라 설치한 공원시설을 중심으로 관리한다. 그리고 법령상 직무와 관련된 주의의무를 해태한 경우에 한하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이처럼 공단은 국립공원구역 전체에 대한 점유·관리주체가 아니며, 하급심 법원 또한 자연공원법 제4조에 따른 국립공원의 지정은 국토계획법 제76조에서 규정하는 용도지역·용도지구의 지정에 불과한 것이므로, 이러한 국립공원지정만으로 곧바로 공원관리청인 공단에게 국립공원구역 전체에 대한 점유·관리주체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어떤 사건이 자연공원법상 국립공원구역이자 산지관리법상 보전산지, 개발제한구역법상 개발제한구역인 곳에서 발생한 경우 국토계획법상 특정 용도지역·용도지구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공단, 산림청, 국토교통부가 책임을 부담하여야 한다면 이 얼마나 부당한 일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가령 국립공원 내 도로의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공단이 관리하는 도로가 아닌 한 도로관리청을 피고로 하여야 한다. 국립공원 내 운동기구를 이용하다 그 하자로 인해 부상을 당한 경우에도 그 운동기구가 공단이 관리하는 시설인지 아니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시설인지 면밀히 알아봐야 한다. 국립공원 내 사유지의 썩은 나무가 비바람에 쓰러져 주차된 자동차를 파손시킨 경우에도 공단이 아니라 나무를 직접 점유·관리하는 사유지 소유자를 피고로 삼는 것이 타당하다.

국립공원 내에서 발생한 일이라도 시설의 점유·관리주체를 잘 알아보지 않고 일단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다면 손해를 전보받기는커녕 시간과 돈까지 잃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

 

/길세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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