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조사업, 개인정보 오남용으로 사생활 침해 우려 커” … 변협 ‘환영’
브로커 문제 심화, 퇴직 검경 수사관 전관비리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돼

변협이 공인탐정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다시 한번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최근 헌법재판소가 조사업과 탐정 유사 명칭 사용 금지를 규정한 법률을 합헌이라고 전원일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지난 10일 환영 의견을 밝혔다. 변협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인탐정법안은 사생활 등 기본권 침해 피해 유발, 검경 수사관 전관예우를 조장하게 된다”면서 “앞으로도 개인정보 침해 등 불법과 전관비리 조장을 방지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 대해 “조사업 금지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마련된 부분”이라면서 “탐정 명칭 사용 금지는 개별 법률에 따라 허용되는 개인정보 조사업무에 대한 신용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므로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공인탐정 관련 법안에서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부분은 사생활 침해다. 헌법재판소는 “조사과정에서 각종 불법적 수단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고, 조사결과로 취득한 개인정보 오남용으로 인해 사생활의 비밀과 평온이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반발이 크다. 황선철 대한변협 채권추심변호사회 회장은 “공인탐정법이 제정되면 공인탐정이라는 미명하에 개인정보 수집행위, 소재파악, 도청, 비밀촬영 등이 무자비하게 시행돼 사생활과 비밀이 심대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한 청년변호사도 “공인탐정이 생긴다면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소송이 늘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사생활 침해 등 공익에 반하는 부작용이 예상되기에 찬성하기 힘든 문제”라고 지적했다.

브로커 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공인탐정이 도입되면 최종적으로는 동업 문제가 가장 크게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자금력이 부족한 변호사들이 브로커들에게 매수 당하고, 결국에는 속칭 ‘사무장 로펌’ ‘사무장 법률사무소’ 문제가 더욱 두드러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법 제34조는 변호사가 변호사 아닌 자와 동업을 하지 못 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변호사가 아닌 자는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다.

탐정 업무가 사실상 경찰 업무와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인탐정 관련 법안들(좌측 표 참고)에서도 실종자 등 소재파악이나 도난, 분실 등 재산상 이익 관련 사실조사 등을 탐정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정승환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국가가 공적인 비용을 투입해서 해야 할 일을 개인에게 넘겨버리면 자력이 없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탐정업은 불법과 합법을 계속 넘나들 텐데, 경찰청에서 감독하는 공인탐정이 퇴직 경찰이라면 단속을 하기 힘들어 전관비리 문제까지 불거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면서 “이는 퇴직 경찰을 위한 법안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한 중견 변호사도 “경찰이 민생치안을 책임지지 못해 탐정제도를 도입해야 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면 별도 직역을 창설할 것이 아니라 경찰 인력을 더 투입해야 할 일”이라고 일갈했다.

변협은 앞으로도 꾸준히 국민에게 공인탐정법 제정으로 인한 부작용을 알리고, 국회 등에 강력히 반대 의견을 전할 계획이다. 김현 협회장은 “퇴직 검경 수사관에 대한 전관예우를 보장하기 위해 국민에게 피해를 줘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국민 사생활 침해를 유발하는 국민뒷조사법이 입법되도록 좌시하지 않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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