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매체가 서울대 로스쿨이 내년부터 1학년 전필과목에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하여 성적을 Pass/Fail로만 분류하기로 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에 대해서 아직 학교 측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바는 없지만, 이미 내부적으로 오랜 논의를 거쳐 온 것이 최근 기사화된 것으로 보인다. 성적을 A~F가 아닌 Pass/Fail로 구분하는 방식은 결국 하위권 학생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학생은 모두 Pass로 분류하여 근소한 점수차이에 의해 A와 C가 구분되던 기존의 평가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으로 결론적으로 로스쿨 도입의 취지를 잘 살리는 제도에 해당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사람별로 전문 지식을 학습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유형은 주어진 단편적인 지식을 그 자체로 빠르게 흡수하여 속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안목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고, 두 번째 유형은 주어진 지식을 연결하고 체계를 잡는데 주력하여 바로 성과가 보이지는 않지만, 체계가 완성된 후에는 어떤 응용사안에 대하여도 안정적인 해결사가 될 수 있다. 이 두 유형은 우열의 문제가 아닌 학습 방식의 차이에 불과하고 문제를 해결함에 각자 고유의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기존의 성적 평가방식은 지극히 전자의 학습 방식에 유리한 면이 있었다.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들이 대부분 법학 공부를 시작한지 한 달여 만에 전공 시험을 치르기 때문이다. 후자의 학습 방식을 지닌 이들은 자신의 낮은 성적을 확인하고 ①자신이 법학에 부적응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②1학년 겨울방학부터 진행되는 각종 채용절차에서 탈락하게 되며, ③후에 자신의 법학 체계가 잡힌 후에도 그 실력을 드러낼 기회를 제대로 가지지 못한다. 이는 모두 1학년의 성적이 학생들의 졸업 후 진로와 취업에 대한 과도한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인데, Pass/Fail 방식 도입으로 이러한 문제점이 다소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도입에 로펌 입장에서는 인재 채용에 있어 중요한 평가 기준이 없어졌다 우려할 수 있지만 학점과 인턴 과정에서의 평가 간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는 채용 관계자의 언급은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현재 로펌은 약 1~2주간에 걸쳐 다수의 과제를 부과하고, 일대 다수의 면접 등으로 이미 신뢰할만한 자체 평가기준을 둔 상태인바 크게 문제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성적의 부담 완화가 학업의 태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P/F 제도의 실효적인 운영이 겸비되어야 할 것이다. P/F 제도의 확대 적용으로 보다 로스쿨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교육 과정의 설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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