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정치적 중립 의무를 어기고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에 개입하고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는 위수령·계엄령 시행을 검토한 정황까지 문서로 확인됐다. 하나둘씩 쏟아지는 기무사 내부 문건들, 그야말로 시련의 연속이다.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기무사의 정치관여 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는 60명 규모의 TF를 꾸려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을 사찰했고 기무사령관은 청와대에 관련 내용을 보고한 정황이 드러났다. 기무사와 예하 부대 사이버전담관인 ‘스파르타’는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한 의혹도 나왔다.

기무사의 정치개입 논란은 이번 만이 아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 시절인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기무사 요원들이 온라인상에서 트위터 댓글 등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 조직 특성상 정권의 부당한 지시를 쉽게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윗선 개입이 강하게 의심됐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흐지부지됐다.

기무사는 군사·방위산업 보안, 군 및 군 관련 첩보 수집, 대테러·대간첩 등 업무를 담당하는데 군의 국가정보원으로 불린다.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는 윤석양 이병이 민간인 사찰을 폭로하자 이미지 쇄신을 위해 1991년 기무사로 명칭을 바꿨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또 민간인 사찰에 가담한 사실이 밝혀져 비판을 받았다.

기무사 전 보안처장과 사이버첩보분석과장, 대북첩보계장, 보안첩보계장 등 5명의 현직 장교들은 정치관여 등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된 배득식 전 기무사령관은 오는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의 첫 재판을 앞두고 있는 등 줄줄이 법정에 선다.

기무사는 조직의 운명이 위태로워지자 인권보호규정 신설 및 민간변호사를 포함한 인권보호센터 설치 등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기무사 내부에서는 국방부의 조직개편 방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며 국방부가 조직 해체를 위해 여론을 이용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은 기무사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고 요구한다.

기무사 사태의 진실은 결국 민군 검찰 수사로 가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군인권센터의 고발건을 공안2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이와 별개로 이번 주부터 본격 수사에 들어가면서 민간 검찰과도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기무사의 정치개입 논란을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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