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최초로 미국에 진출하여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일본의 전설적인 투수 노모 히데오는, 실은 처음에는 미국 진출을 희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만 해도 보수적이었던 일본인들은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미국에 갔던 것은 감독 및 팀 동료들과 충돌이 있었고 부상 후유증으로 허덕였기 때문입니다. 즉 그가 남긴 ‘소시민은 도전자를 비웃는다’는 유명한 격언과 달리 그의 도전은 처음부터 타의적(他意的)이었습니다.

삶에서 진로를 바꾸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이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해 여러분 모두, 처음 변호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도, 지금 근무하시는 곳에서 사내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도 힘든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을 것입니다. 무언가를 선택함에 있어 신중히 숙고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환경에 의해 어떤 결정을 하게 된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없다고 판단합니다. 때로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틀릴 수도 있고, 쫓기듯 선택한 것이 정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명 디자이너 피에르가르댕은 동전을 던져 자신의 직업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최고로 기억되는 것은 기왕 주어진 그 길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필요에 의해 싫은 일도 견뎌내어야 하는 것인지 그 질문에서 완전한 정답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왕 어떤 곳에 돌아섰다면 잘 하지 못했던 지나간 시간은 반성하되, 과거를 돌아볼 것 없이 또 주어진 길에 열중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생은 운이라지만, 그 운을 부르는 것은 습관이며 습관이란 매 하루를 보내는 자신의 방식에서 나온다고 믿습니다.

지금 어디 계시고, 그곳에 서 계신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겸손함으로 노력합시다. 그렇다면 각자의 삶에 주어진 길이 열릴 것으로 믿습니다. 다들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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